걷는 사람, 하정우
걷는 사람, 하정우
  • 정선옥 음성 금왕교육도서관장
  • 승인 2019.05.2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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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 금왕교육도서관장
정선옥 음성 금왕교육도서관장

 

우리 도서관 자료실에 전시 예정인 6월의 북큐레이션 주제는 `여행'이다. 한낮에는 덥지만 시원한 바람,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요즈음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개인적으로 가족여행을 자주 다닌 시기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재학 시절이다. 우리나라 여행지 중 좋았던 곳은 석굴암 가는 길의 고즈넉한 산책로, 해운대에서 누리마루까지 이어지는 바다 옆 산책길이다. 외국 여행지는 동화 속 풍경처럼 예쁜 마을 유후인 기차역에서 긴리코 호수까지 걸었던 아기자기한 길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평소에 어떤 운동을 하는지 물어보면 당당히 `걷기'라고 말한다. 가급적 매일 한 시간은 걸어다니려 노력한다. 스텝을 암기해야 하거나, 정해진 폼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되는 무념무상의 걷기가 좋다.

배우이며 화가, 영화감독인 하정우도 걷기가 취미다.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에는 그가 걸어온 길, 걸어다닌 길,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배우 하정우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서문의 제목이다. 그는 기분에 문제가 생길 때, 고민의 무게가 클 때 하루 3만 보, 가끔은 10만 보를 걷는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걷는 길이 좋아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자주 간다는 하와이에서 끊임없이 걷는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내 삶의 방식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 차와 통점도 모두 다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걷기 예찬가인 그는 무명의 힘든 시절에도 걷고 또 걸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우직함도 걷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오래전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패러디한 것처럼 그는 걸으며, 밥을 먹으며, 기도하며 다짐한다. `내게 주어진 재능에 겸손하고, 이뤄낸 성과에 감사하자.'

TV나 영화에서 보는 배우 하정우와 책을 통해 보는 작가 하정우는 조금 다르다. 책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 하정우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진솔하며 겸손하다. 그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제작자의 사명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그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다.'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리더의 사명에 접목해본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 미운 마음이 들 때, 퇴근하자마자 무심천에 간다. 운동화 신고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오늘도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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