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푸르름·평화 간직한 모차르트의 ‘Adagio’
초원의 푸르름·평화 간직한 모차르트의 ‘Adagio’
  • 이현호 청주 대성초 교장
  • 승인 2019.05.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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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 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 대성초 교장

 

미세먼지가 5월이 되며 많이 물러간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늘과 산들은 푸른데 노란 송홧가루가 학교 안을 마음대로 점령하는 초여름 날이다. 학교 운동장 양옆으로 새로 심은 소나무와 백일홍을 바라보자니 하늘과 나무와 어우러질 푸른 잔디도 함께 꿈꿔본다. 그리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아프리카의 넓고 푸른 초원을 상상하다 보니 멀리서 들려오는 그윽하고 목가적인 클라리넷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986년은 많은 이들에게 아프리카의 하늘과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클라리넷 소리가 잔잔한 감동을 준 해였다. 아프리카 케냐의 광활한 사바나 초원을 배경으로 격정적이지만 낭만적인 여성의 삶과 아프리카 자연의 아름다움이 특히 허망한 비행기 사고로 사랑하는 이와의 약속을 이루지 못한 애달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있다.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하고, 시드니 폴락이 감독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두 주인공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보단 배경음악인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그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 위에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은 그 주변의 아프리카 들판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기억되게 했다.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는 목관 악기로 저음에서부터 고음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악기이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알게 된 것은 소년 시절인데, 당시에는 널리 쓰이지 않았던 클라리넷의 음색이 모차르트의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악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놓치지 않고 교향곡 등에 사용했다. 후에 모차르트가 편곡한 `헨델의 메시야'에서도 클라리넷이 많이 등장을 한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을 뜨기 약 2개월 전에 오페라 `마술피리'를 전후해서 작곡한 것인데, 제1악장만은 그보다 2년 전인 1739년에 스케치해 두었던 `바셋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알레그로'에 가필한 것이다.

모차르트의 만년의 사생활은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나면서 죽고, 아내는 병들고, 가계는 쪼들려서 빚만 늘었다. 이러한 모차르트의 곤경을 보다 못해 원조의 손길을 뻗친 음악가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안톤 쉬타틀러 라는 클라리넷 연주자였다. 쉬타틀러는 손수 뛰어다니면서 돈을 구해 왔고,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 작곡도 의뢰하면서 모차르트의 가계를 도왔다. 모차르트는 이 고마운 친구를 위해서 클라리넷을 위한 2개의 곡을 썼는데, 그것이 클라리넷 협주곡과 클라리넷 5중주이다. 모차르트는 클라리넷 협주곡에서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특성을 극한까지 살리고 있다. 특히 저음역과 고음역을 다루는 솜씨는 절묘함 그 자체이고, 구성도 치밀해서 각 악장의 선율도 아름답다. 특히 가장 사랑받는 2악장은 듣는 순간 클라리넷을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아름다운 이 곡은 영화의 배경음을 통해 클라리넷의 음색을 잘 살려주고 있는 최고의 명곡이다. 푸르러지는 산과 들을 보며 모차르트의 Adagio로 초원의 영광, 중후한 소리의 검은색 클라리넷을 통해 느림의 미학과 평화로움을 찬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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