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습1
삶의 모습1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5.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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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 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수학 문제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역사 속에서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행적은 그 자체로 믿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흉내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삶이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삶이란 결단코 없다. 누구를 답습하는 삶이란 그 자체로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 있다. 삶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고 그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삶은 조명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밭에 돌아오다1(歸園田居 其一)

少無適俗韻(소무적속운) 어렸을 적부터 속세에 어울리지 못했고
性本愛丘山(성본애구산) 천성이 산을 좋아했네
誤落塵網中(오락진망중) 티끌세상에 잘못 떨어져
一去三十年(일거삼십년) 한번 떠나 십여 년이 되었구나
羈鳥戀舊林(기조련구림) 새장에 갇힌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池魚思故淵(지어사고연) 연못 속 물고기는 옛 못을 못 잊네
開荒南野際(개황남야제) 남쪽 들녘 한 끝을 일구니
守拙歸園田(수졸귀원전) 천성을 지켜 시골로 돌아왔네

시인은 동진(東晉) 말기의 정치적 혼란기를 지식인으로 살면서, 젊을 적에는 다른 지식인들처럼 벼슬아치의 삶을 살고자 했다.

그러나 그 길이 자신의 천성에 맞지 않는 길임을 깨닫고는 고심 끝에 관직의 길을 접고, 시골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기로 작정하였다.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 출세를 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일 터이지만, 시인은 그렇질 않았다.

돈과 명예 따위는 어려서부터 자신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고, 대신 산과 언덕에 오르면 마음이 편해지곤 하였다.

그럼에도 남들이 하는 것처럼 벼슬길에 들어서게 되고 말았다.

시인은 그 길을 먼지 그물(塵網)로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사회적 타성에 의해 그 길로 들어서고 말았던 것이다.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10여 년을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갈등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인이 갈등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의 모습이었다.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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