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트로이메라이’로 알아보는 어린이들의 꿈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로 알아보는 어린이들의 꿈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9.05.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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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5월이 되면 학교나 가정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많은 행사를 한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즈음해 많은 학교에서는 운동회, 학예회, 어린이날 큰잔치 등으로 이 땅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위한 푸짐한 행사를 치른다.

어디 그뿐이랴?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각종 선물과 행사 당일인 5일에는 놀이공원을 비롯해 가까운 유원지에서 하루를 가족이 함께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하루를 즐긴다.

몇 년 전 5월 어느 날에 엄정화 주연의 `호로비츠를 위하여'란 한국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러시아 출신의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이다. 영화의 내용은 피아노를 사랑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여선생님과 어려운 음악 천재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외국영화 `어거스트 러쉬'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였다.

영화의 정점을 이룬 부분은 성공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돌아온 경민이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끝난 후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하며 선생님과 음악을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으로 눈시울을 붉게 만든 영화로 지금까지 소장해 가끔 보는 음악영화다.

`트로이메라이'는 독일어로 트라움(꿈)에서 파생된 말이다. `트로이메라이'는 독일의 낭만파 작곡가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13개의 소품 중 하나의 작품으로 슈만이 순수하고 장난기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박한 선율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린이의 정경'은 슈만의 아내 클라라가 편지에서 “당신은 가끔 어린애처럼 보여요.”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슈만은 이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과 클라라의 행복한 결혼생활과 태어날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 `어린이의 정경'을 작곡했다고 한다. 특히 `어린이 정경'중 7번째 곡인 `트로이메라이'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인해 많은 연주자와 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창 소품으로 그 내용과 표현이 단순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악기로 편곡되었고 앙코르곡으로도 자주 연주돼 널리 사랑받고 있다. `트로이메라이'는 외면적으로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선율이지만, 대위법적인 짜임새와 복잡한 화성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깊이 있는 음악성을 보여준다. F 장조의 서정적인 선율이 다채로운 표정으로 변화되면서 꿈꾸는 아이의 환상의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트로이메라이'를 들을 때면 2009년 괴산의 문광초로 첫 출근하던 날 4학년 교실에서 송별파티가 벌어졌던 게 생각난다. 우리 반에는 규석이라는 피아노 천재가 있었다.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 어려운 친구였는데 음악성이 뛰어났다. 규석이의 음악과 어려운 형편이 TV다큐멘터리로 소개되며 미국의 재미교포 가족이 입양하는 날, 나와는 만남의 날이자 이별의 날이었다. 그래도 난 담임이랍시고 규석이에게 음악에 대한 멋진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클라리넷으로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해 주었다. 후에 규석이는 미국에서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 우승했다는 소식을 받은 기억이 난다.

5월 어린이날에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트로이 메라이'를 여러분의 아이들과 함께 감상해 보고,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가족이 함께 보며 아름다운 꿈을 이야기하면 멋진 가정의 달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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