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겨서 죄송한 모과
못 생겨서 죄송한 모과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5.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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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리 속담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이는 꼴뚜기의 생김새가 볼품이 없어서 또 모과가 울퉁불퉁 볼품없이 생겨서 생겨난 말이다. 겉 만 보고 비난하는 속 좁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속담인 듯하다. 그러나 난 모과가 좋다. 봄에 피는 진한 분홍빛 꽃이 정열적이지만 너무 야하지 않아서 예쁘고, 나무가 굵어지면서 매년 껍질이 벗겨지면서 매끈하고 아름다운 나무껍질 무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내가 의도하는 대로 나무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를 잘라도 새순이 잘 나오기에 더 좋아한다. 이 정도 이유라면 나도 겉만 보고 속담을 만들어낸 사람하고 별 차이 없는 사람이겠지? 내가 모과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속이 꽉 찬 모과가 갖는 효능 때문이다. 못 생겨서 죄송한 모과! 너는 누구냐? 못 생김 속에 무엇을 감추었느냐?

모과는 모과나무의 열매이다. 예전에는 나무에 달리는 (참)외라는 뜻으로 목과(木瓜)라고도 했는데 `ㄱ'이 탈락해서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모과는 과육이 단단해 과일로 먹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 모과차나 모과청을 만들어 먹는다.

모과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당분·사포닌·철분·칼륨·칼슘 등이 들어 있고, 비타민 C·사과산·시트르산·구연산 등이 있어 약간 신맛이 나며, 탄닌 성분 등이 들어 있어 떫은맛도 난다.

이렇게 다양한 성분 때문에 피로회복과 감기예방에 아주 좋다. 또한 동의보감에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으니 책상머리에만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좋은 과일이다.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며 신진대사를 좋게 해 숙취를 풀어주고, 가래를 없애주어 한방에서는 감기나 기관지염·폐렴 등에 약으로 쓴다. 그리고 목이 아플 때에도 효과가 좋으니 목을 많이 쓰는 교육자들에게 더 필요한 과일이다. 그리고 풍부한 비타민 C는 피부미용에 좋고, 칼슘, 칼륨이 많아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골다공증예방에도 좋다. 그리고 차에 한두 개 놓아두면 퀴퀴한 냄새를 없애는 천연 방향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모과는 못 생겼어도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최고의 과일인 것이다. 나는 화려한 장미도 좋지만 가시도 없이 꽃 좋고 속이 꽉 찬 열매가 일품인 모과나무를 좋아한다.

얼마 전 학교 숲 조성 컨설팅 차 어느 학교를 다녀왔다. 담당자 외에 교장, 교감선생님까지 열심히 컨설팅을 경청한다. 관심 있는 만큼 잘 꾸며졌다고 칭찬하는데 운동장 끝을 가리키며 머지않아 공사를 할 예정이라며 한마디 하신다.

“못 생긴 모과나무가 하나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큰 나무라면 가능한 살리고 작은 나무라면 옮겨 심어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조금 후에 또 못 생긴 모과나무를 들먹인다. 나무가 못 생긴 것인지, 모과나무의 과일이 못 생겨서 투정하는 것인지 헛갈린다. 아니 컨설팅위원을 보니 자꾸 모과 생각이 나는 것이겠지? 거 참! 모과의 겉만 보는가? 못 난 아이들도 보듬어야 할 교육자들이 못 생긴 그 자체도 사랑하고 그 속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모과로부터 많이 배워야겠다.

이참에 몇 년을 별러오던 모과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묘목을 정성스레 트렁크에 싣고 갔는데 깜빡, 하루 후에 심었다. 나도 모과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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