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독서
쾌락 독서
  •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 승인 2019.04.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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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문유석 부장판사의 저서 `쾌락 독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까? 영화를 볼 때도 같은 마음이다. 책 한 권, 영화 한 편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다.

도서 `쾌락 독서(문유석 저·문학동네)'는 책을 주제로 수다 떨 듯 가볍게 쓴, 책 읽는 즐거움을 강조한 에세이다. 저자는 중학교 때 도서관 독서교실에 참여한 기억, 청소년 시절의 책 읽기, 소소한 독서모임 등 다양한 독서 이력을 소개한다. 청소년기의 책읽기는 내 고등학생 시절과 오버랩 된다. `베르사유의 장미',`캔디',`유리 가면'같은 순정만화에 빠져 살았다. 수업시간에 교과서 사이에 만화책을 놓고 몰래 읽다 선생님께 분필로 맞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캔디 주변의 네 남자 중 반항아 테리우스를 좋아했고, 친구와 `나는 캔디, 너는 애니'하며 역할놀이 했던 아련한 추억도 있다.

저자가 책을 고르는 방법인 짜샤이 이론은 일단 30페이지 정도 책을 읽어봐서 재미있으면 계속 읽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김치처럼 짜샤이가 맛있는 중식당은 음식도 맛있더라는 생각이다. 그의 독서 취향도 공감한다. “어깨에 힘 빼고 느긋하게 쓴 글. 하지만 한 문단에 적어도 한 가지 악센트는 있는 글. 너무 열심히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잘 쓴 글. 천연덕스러운 깨알 개그로 킥킥대게 만드는 글. 간결하고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지적이되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시니컬한, 시큰둥한 글쓰기가 여전히 어렵지만 김영하, 김연수의 문체를 닮고 싶다.

저자가 추천한 책을 메모하는 즐거움도 크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듯이 무게감 있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은 다시 읽고 싶어진다.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김영하의`아랑은 왜'는 읽지 못하고 지나친 책인데 새롭게 읽어봐야겠다.

지인이 책은 언제 읽는지 묻는다. 주로 밤 10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책 읽는 시간이다. 공유하고 싶은 책은 금왕 도서관 `사서 추천도서'코너에 전시한다. 주말이 지나고 출근했을 때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보는 즐거움, 사서의 특권이다.

깔깔거리며 가볍게 읽는데, 문득 내지에 적힌 저자의 사인이 울림을 준다. `책은 즐거운 놀이다.'

놀이처럼, 오랜 친구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고 싶은 것은 역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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