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인성의 수양공간 `옥천 이지당(二止堂)'
지식과 인성의 수양공간 `옥천 이지당(二止堂)'
  • 김형래 강동대학교 교수
  • 승인 2019.04.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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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학교 교수
김형래 강동대학교 교수

 

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스카이(SKY) 캐슬>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우리나라 입시 체계 및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자식 입시에 올인하는 부모들, 경쟁 압박에 병들어가는 10대, 학벌주의와 수직서열적 세계관. 드라마는 이것을 상당히 과장되게 그렸지만, 그 과장된 부분을 걷어내고 보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그 안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교육열도 비록 양반 신분에 한정된 것이지만 그 정도는 오늘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그렇지만 그 시대의 교육열은 어느 수준의 학교를 졸업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얼마만큼 공부했느냐가 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교육열과 구별된다. 즉, 그 시대의 교육전통에서는 성균관에서 수학했느냐, 어느 향교 출신이냐 하는 것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다만 국가적 수준의 학습인증 제도인 과거시험에서 어느 수준까지 합격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평가 준거가 되었다. 이러한 교육전통은 궁극적으로 지덕체의 전인교육이 목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옛 선비들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음악과 미술, 심지어 체육 교육까지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건축하였던 많은 서원, 정사, 재실에도 그들의 전인교육에 바탕을 둔 철학이 깃들어 있다.

충북 옥천의 이지당(二止堂)은 지역 유지들의 학문소로 1901년에 와서 재건된 일종의 서당 건물이다. 이지당은 처음 송시열 등이 주도하여 세워졌으며, 원래 안읍에 살던 조헌이 이곳 마을에 왕래하며 강학과 유상(遊賞)하던 터라고 알려졌다.

이지당은 마을 앞 전망이 잘 보이는 곳에 있다. 건물 앞을 유유히 흐르는 금강 물줄기와 뒷산 사이의 협소한 지형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하나의 극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물은 `一'자형의 마루와 온돌로 된 소박한 몸채를 중심으로, 양쪽에 전면을 향해 돌출한 누각식의 날개를 달고 있다. 누마루의 높이, 지붕형식, 기둥 모양 등을 보면 동쪽은 학생들의 휴식공간, 서쪽은 선생님의 유식(遊息)공간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건물의 위계를 통해 학생은 휴식 때도 선생이 유식(遊息)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워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낸 것이다.

누마루에 오르는 계단도 좁고 소박한 모습이다. 계단을 좁게 만든 것은 누마루에 오를 때도 고개를 숙이고 매사에 조심하라는 공경(恭敬)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인간의 품행이란 공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인간이 만들어 내는 공간 또한 조영자의 건축관에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이를 직시한 선조들은 건물의 입지와 배치, 공간구성이 학문과 교육을 행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 있었다.

이지당을 조영하면서 교육이 단순히 지식습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스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바른 정서를 함양하고, 자신의 행동거지에 기본 틀을 완성하는 귀중한 교육공간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지식교육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와 달리 이지당에서는 지식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인성까지 습득하게 하던 소중한 교육전통의 장소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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