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명문고 타령
다시 명문고 타령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8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지역에서 벌어지는 명문고 논란은 소모적 논쟁이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교육기회를 평준화하고 공교육을 살리자는 것이 교육정책의 큰 흐름인데, 충북에서 때아닌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 논쟁이 벌어졌으니 하는 말이다. 사실 웬만한 사람이 그런 소리를 했으면 논쟁거리는커녕 웃음거리만 되었을 사안이나 그 주장을 도지사가 하고 나섬으로써 논란을 빚었던 것이다.

잊을만했더니 지역의 한 언론이 충북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에서 서울대와 연·고대 입학생 수가 전국 꼴찌수준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면서 명문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 같다.

일류대학 입학생 수를 근거로 지역의 교육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다. 개발독재 시대에나 있었을법한 평가기준이다. 창의력과 독창성, 자율성이 생명인 21세기의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한다면서 인재는 19세기 개발시대 논리로 키우자는 꼴이다.

더구나 그들이 주장하는 논거도 틀렸다. 각 지역의 학생 수 대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입학생 수를 근거로 제시했는데, 다른 지역에는 평균 4개꼴로 있는 특목고나 자사고가 단 한 곳도 없는 충북은 일류대학 입학생 수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 단지 그들 학교는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그 학교 졸업자가 모두 그 지역출신 학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의 우수한 학생들도 전국에 있는 명문고에 입학했을 것이다. 따라서 명문고 졸업생 중에서 일류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지역별로 세분한 통계 없이 이렇게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런데 그런 통계는 찾을 수 없다. 통계가 없다는 것은 그런 분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 하나 이 분석에서 쓴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충북과 학생 수가 비슷한 강원은 194명, 학생 수가 3천명이나 적은 울산은 162명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입학했는데 충북의 입학생 수는 159명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통계가 이러니 충북에도 명문고를 만들어 일류대학 입학생의 숫자를 늘려 보자는 것인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명문고 하나 없는 충북에서 명문고가 평균 4개씩이나 있는 이런 시도와 근소한 차이의 입학생을 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가.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 말고 `울산광역시는 1인당 국민소득이 전국 1위인데 울산보다 인구수가 더 많은 충북은 왜 전국 최하위권인가' 이런 주장을 한다면 박수라도 받지 않을까 싶다.

하나 덧붙이자면 고교입시가 있던 시절, 그들이 좋아하는 명문고가 각 도마다 하나씩 있던 시절, 서울대학교의 입학생 수로 학교능력을 평가하고 지역의 자긍심을 느끼던 시절, 바로 그 개발독재 시대로 돌아가 봐도 충북의 명문고가 인근 타 시도의 명문고보다 서울대학교를 더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국의 모든 자사고와 국제고를 없애거나, 그럴 수 없다면 충북에 명문고가 들어서야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네가 가졌으면 나도 갖고, 네가 갖지 않으면 나도 안 갖겠다는 발상은 유아적이다. 이런 논리로 충북에 명문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비루하다.

드라마 `SKY 캐슬'이 우리 사회에 던진 파장은 크다. 상위 1%만이 누리는 그들의 교육실상을 공개함으로써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공교육의 정상화와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교육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를 정의롭게 만든 것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제 이시종 지사는 자신이 꺼내 든 명문고 논란을 스스로 접고, 더 이상의 기회도 없는 남은 임기 동안 도민이 행복한 충북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여 도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도지사가 되시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