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그대답게
나답게, 그대답게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03.27 1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계절도 계절다움이 있듯이 사람도 사람다움이 있습니다. 무덥고 장맛비도 내려야 여름답고, 춥고 눈보라도 쳐야 겨울답듯이. 여름이 가을처럼 서늘하고 겨울이 봄처럼 따사로우면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오래 지속되면 생태계에 재앙을 부르는 화근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진난만하게 울고 보채야 아이답고, 신중하게 판단하고 해결해야 어른답지요.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고 어른이 아이처럼 처신하면 웃음거리가 됩니다. 망조가 들기도 하고요. 그러므로 나이테에 걸맞게 살아야 합니다.

아이 때는 아이다워야 하고, 학생 때는 학생다워야 하고, 성년이 되면 성년다워야 합니다. 어른답게 처신해야 어른인데 어른 노릇도 못하면서 어른대접을 받으려 하니 사달이 납니다. 험한 꼴을 보기도 하고, 험한 꼴을 당하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합니다. 군인은 군인다워야 하고, 경찰은 경찰다워야 하며, 선생은 선생다워야 합니다. 종교인이 종교인다울 때, 언론인이 언론인다울 때, 예술인이 예술인다울 때, 체육인이 체육인다울 때 행복하고 지켜보는 뭇사람들도 행복해집니다.

군인이 깡패 같고, 경찰이 도둑 같고, 선생이 망나니 같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 종교인이 모리배 같고, 언론인이 사기꾼 같고, 예술인이 시정잡배와 같고, 체육인이 불한당 같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런 몹쓸 자들이 설치고 있어서, 자꾸만 늘어나고 있어서 사회가 몹시 혼탁하고 암울합니다. 답게는 본분이자 가치입니다.

학생의 본분과 가치는 배움에 있고 선생의 본분과 가치는 가르침에 있듯이 군인의 본분과 가치는 나라 지킴에 있고, 경찰의 본분과 가치는 치안유지와 예방에 있으며, 공무원의 본분과 가치는 국민 섬김에 있습니다. 그러한 군인·경찰·공무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경거망동하면 나라는 누란에 처하게 되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집니다.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거나 휴가를 받아 여행 중일지라도 명백히 군인이어야 하고, 경찰이어야 하고, 공무원이어야 합니다. 비상이 걸리면 지체 없이 달려가서 하던 일을 해야 하는, 심지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어야 하는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싫으면 그 직을 떠나야 합니다.

공직자가 부정을 저지르거나, 언론인이 거짓을 보도하거나, 예술인이 남의 작품을 표절하거나, 체육인이 정정당당하게 경기하지 않으면 패가망신합니다. 이처럼 답게 살지 않은 대가는 참으로 혹독하고 비정합니다. 사람냄새 풍기며 사는 것, 자신에게 솔직하고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는 것 또한 사람답게 사는 길입니다.

이제까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살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나와 더불어 사는 이들의 더 낳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행했던 가식과 위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정할 것은 즉시 인정하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 용서를 비는 게 진정한 용기이자 인간다움입니다.

우리 모두는 유일무이한 참으로 존귀한 존재입니다.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고, 사랑주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본분에 맞게 살고 가치 있게 살다 보면 행복과 자존감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답게 살기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으면 합니다. 나부터 그대부터.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