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역할
지방의회의 역할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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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최근 충북도의회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눈에 띈다. 하나는 허창원 도의원(더불어 민주당, 청주)이 발표한 보도자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명문고 논쟁을 중재하기 위해 교육부장관과의 면담일정을 잡았다는 내용이다.

허창원 도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도의회가 임시회에서 충주무예마스터십 대회와 관련한 추경예산을 원안대로 승인하기는 했지만, 대회는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1억 원을 들여 무예소설을 발간하려한다든지, 스타급 외국 무술배우 한 명을 초청하려고 5억 원에서 7억 원의 예산을 쓰려는 집행부 계획에 의구심을 갖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효과에 의문이 드는 무예소설 발간이나 일회성, 보여주기 식의 행사는 제고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도의회가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성공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의식해 예산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더불어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장악한 도의회가 같은 당 도지사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왔었다. 그러나 이 기사를 보면서 터무니없는 집행부의 행정에 대해서는 정당을 떠나 비판과 견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도의원들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난을 의식해 예산삭감은 실행하지 못한 채 보도자료의 행간에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내용은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오는 25일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면담을 갖는다는 것이다. 도지사와 교육감의 명문고 논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도의회가 두 기관을 중재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박수 받을 일이다. 여기서도 아쉬운 것은 도지사가 명문고 설립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한 교육부장관을 굳이 다시 찾아갈 필요가 있는가하는 점이다. 그냥 도지사를 만류하면 될 일인데 그런 절차조차도 없으면 교육감을 편드는 모양새가 될 것 같아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사이에 교육관련 시민단체들과 일부 지자체도 명문고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명문고 설립의 반대 이유는 제작기 다르기는 하더라도 명문고 설립을 찬성하는 여론은 일부 언론과 옛 향수에 젖은 일부 개인을 빼고는 어디에도 없다.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중재가 아니라 도지사를 만류하고 나서야하는 이유다.

지방의회의 역할은 집행부의 예산수립과 업무집행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그 일을 올바르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당을 초월해야 한다. 같은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빚어진 지방정치의 폐해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더불어 민주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모두 장악한 지금의 충북정치 현실에서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같은 당의 도지사가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무예마스터십 대회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명문고 논란에 중재자로 나서고자하는 충북도의회의 모습에서 진정한 지방의회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명문고 논란은 지역인재 논란도 촉발시켰다. 나는 명문고를 나와 명문대학을 거쳐 지역을 떠나 중앙무대에서 활동하는 또는 활동한 사람들이 지역인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에서 몸 붙이고 살면서 지역을 위해 일하고 평생을 헌신하려고하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배우기를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지역인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원들도 지역의 인재로, 지역의 정치인으로 커나갈 자질은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

나는 꿈꾼다. 지방정치를 경험한 정치인이 국회로 나가고, 단체장이 되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는 그런 정치지형을.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여 지역인재가, 지역 정치인이 되는가는 전적으로 그들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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