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할멈
찔레꽃 할멈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9.03.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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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어느 날 어떤 할머니가 승민을 찾아와 뜬금없이 집을 안 팔겠냐고 물었다. 어찌 보면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황당함에 놀란 승민은 푸대접하듯 나가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대접을 받고 간 그녀는 그 후로 승민을 찾아올 것 같지 않았지만, 오히려 종종 승민의 매장으로 찾아와 아는 척을 하며 매번 이것저것 되묻다가 빠트리지 않고 결국 집을 안 팔겠느냐는 말로 속을 찌르고 갔다. 승민은 그녀를 찔레꽃 할멈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그녀를 볼 때마다 언제나 모자를 쓰고 있었고 모자 옆으로 찔레꽃 모양의 머리핀이 꽂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투에 가시가 달려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 누구에게도 집을 판다고 한 적이 없는데 하필이면 승민에게 왜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 의아해했다. 승민은 집이 오래되어 낡고 허술한 허점을 보고 자신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닌지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헌 집이든 새집이든 집이란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삶을 영위하는 둥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집을 함부로 쉽게 취급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승민은 그녀에게 어찌 그런 말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녀는 막연한 정보 수집이라고 했다. 승민은 엄중하게 앞으로는 출입을 삼가해 달라고 경고를 했다. 그녀는 눈을 흘기더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갔다. 그녀가 가고 난 후 승민은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녀에 대한 의구심이 떠나지 않았다. 의심이 꼬리를 물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만 같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보이지 않자 은근슬쩍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뜸했던 그녀가 나타났다. 승민은 설마 했었지만 그런 말을 들었다고 오지 않을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를 보는 순간 마치 알고 지내왔던 지인 같은 느낌마저 스쳐갔다. 조금은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한 분위기로 그녀를 맞았다. 승민은 그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이런저런 일들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껄끄러운듯 딴소리로 말을 돌렸다. 그리고 핑계를 대듯 볼 일이 있다며 그 자리를 떠났다. 승민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얼마 후 그녀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녀는 칠십이 훌쩍 넘은 노인이었다. 그녀의 가족은 할아버지가 고물을 줍고 그녀는 작은 수입이지만 부동산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승민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 비좁은 골목길에 오래된 작은 집이 그녀의 집이었다. 슬하에 가족은 있지만 그들을 돌봐줄 가족은 없었다. 그녀가 발이 닳도록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찔레꽃 향기를 날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생존한다고 해서 그 행복의 가치가 무조건 주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생존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유지시켜줄 보장이 따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노인들이 지닌 열악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부합되지 못하는 관계로 그 수단을 스스로 강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우선 일자리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생계형 일자리라면 더욱더 절실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일자리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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