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을 살아보니
백 년을 살아보니
  • 정선옥 음성 금왕도서관장
  • 승인 2019.03.0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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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음성 금왕도서관장
정선옥 음성 금왕도서관장

 

공지영 작가의 소설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에는 `월춘장구'가 나온다. 봄 길을 걸어갈 때 필요한 장비를 의미한다. 작가의 월춘장구는 쓰기, 읽기, 웃기, 기도하기라는 말을 한다. 내 월춘장구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이다.

성당에서 어르신 대상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한 달에 한 번 작은 베풂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첫 시간에 책 읽는 방법을 설명하며 밑줄 긋기, 띠지 붙이기, 필사하기를 알려 드렸더니 적극적으로 책을 읽는다. 대부분 책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노트에 필사한 글이 빼곡하다. 자기 주도적, 자발적 독서는 즐거운 공부로 이어진다. 50대부터 8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해 보편적인 책을 선정한다.

올해 100세가 된 전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의 에세이 `백 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는 회원들이 선택한 책이다. 저자는 노년기를 보내며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발간했다.

김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98세에 160회 강연을 다녔고, 2권의 책을 썼으니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한 해였다고 말한다.

인생의 황금기는 과연 몇 살일까?

결혼한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생활과 자녀교육을 병행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자신을 위해 사는 시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로운 시간은 퇴직 후가 되겠다. 그는 “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사이라고 믿고 있다. 내가 1961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었다.”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백 년을 살아온 노교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사랑을 나누어주는 삶이라 말한다. 그가 추구한 삶의 가치는 나누는 삶, 베푸는 삶이며, 물질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이다.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어른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에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믿고 있다. 그것이 우리 자신의 행복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진입, 유지하는 애국의 길이라고 확신한다. 나이 들어 느끼는 하나의 소원이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책 읽는 학생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차 한 잔 곁에 두고 고전 읽는 모습도 아름답다. 선진국의 척도는 물질주의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다. 우리나라 중산층 기준에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를 포함하면 어떨까?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글에 심쿵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멋지게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목표,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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