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빨강
난 빨강
  •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2.2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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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동주초 사서교사

 

청소년기를 어찌 보냈나 생각해보면 별 기억이 없다. 그냥 지나가는 날 중 하루였나 싶다. 그리고 지금은 초등학생과 접하다 보니 중, 고등학생 아이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책을 읽어도 초등학교 아이들과 연관되는 책이나, 내 개인적 즐거움을 위한 책만 읽지 청소년 문학 책은 정말 이게 뭔가 싶더라. 읽을 일도 없고, 볼 일도 없는 거 같다. 그 유명한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도 조금만 봤을 정도다. 반성 중이다. 반성하고 얼른 읽어야지 하면서도 새로 나온 `엉덩이탐정'시리즈를 읽게 된다.

그런데 초등 고학년 아이들은 참 애매하다. 마냥 아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청소년 취급하자니 또 많이 어린 거 같다. 고학년 아이들은 확실히 성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젠 중학생이라며 1년 이상 남았는데 어린애 취급을 하면 우리가 애냐고 화를 낸다. 그러면서 얼마 되지 않은 성교육 책을 나 몰래 검색해서 찾거나 숨겨놓거나 그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성교육 책은 몇 학년부터 읽혀야 할 것이며, 어떤 책을 구입해야 할지, 어디까지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요새 성교육 책은 나 어릴 때랑 또 달라서 어른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런 거도 알아야 할까 싶은 부분도 많아 뭐가 옳고 그른지 가늠도 잘 안 된다. 그 나이 또래 키우고 계신 선생님들, 보건 선생님께 조언을 구해 봐도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그러다 접한 게 이 책이다.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 창비출판사의 `창비청소년문학' 27번째 책이다.

처음에는 그냥 12세 관람가인지 15세 관람가인지 판정을 내리기 위해 후르륵 훑어 읽어 볼 생각이었는데, 무섭게 다 읽게 되더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집'인데다가, 이야기 자체가 학생들 이야기고 나도 다 겪어 온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재밌다. 피가 끓는, 고뇌하는 10대 청소년을 위한 시집이다.

군데군데 야한 이야기가 있어 12세 초등학생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만, 15세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 누구나 생각해 봤음 직한 사춘기의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년 사귄 오빠한테 차였다. 라고 시작되는 `두고 보자'라던가, `문 잘 잠가'도 사춘기 아이들 나름의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 시의 화자도 남자와 여자가 번갈아 가며 나와서 공감하기 좋다.

방황하는 청소년의 마음이 담겨 있는 “좀 놔 둬요”는 부모님 말씀에 “아, 몰라~”로 대답해버린 옛날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그땐 왜 그랬나 반성했다. 자퇴하고 학교를 뛰쳐나온 아이의 마음을 그린 `그깟 학교'는 읽으면서 마음이 아리더라. 잠깐의 방황이 너무 큰 결과를 가져온 거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 일상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 두 쪽 되는 시 한 편 한편마다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이 녹아 있는 좋은 시집을 발견한 거 같다. 몇몇 시는 조금 야해서 초등 아이들에게 읽어주긴 무리겠지만, 중, 고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왠지 공감 가는 시. 딱 내 이야기인 시집이 될 거 같다.

뒤편의 정호승 시인과 김주환 선생님의 말씀처럼 조금 큰 아이들이 있다면 함께 읽고 사춘기의 추억을 떠올려 보기 좋은 시집이다. 아름답고 유려한 반짝이는 유리구슬 같은 시는 아니다. 일상에서 나누는 말을 적어 놓은 그런 이야기다. 사춘기에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대화를 담아 넣은 것 같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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