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대척점에 서서
생명의 대척점에 서서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19.02.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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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지난해 우리나라는 폭설과 폭염으로 최고의 기록을 냈던 해였다. 그런데 올해는 어찌 된 일인지 눈도 오지 않고 기온도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농촌에서는 올해 농사가 걱정이라고 한다. 이상기후 탓이었을까. 올해가 시작된 지 두 달도 채 안 되었는데도 내 주위에는 세상을 달리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하나같이 암이었다. 하기야 요즘은 암에 걸렸다고 이상한 것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50여 년 전, 이미 지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이가 있었다. 레이첼 카슨, 생태주의자이며 환경주의자였던 그녀는 20세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침묵의 봄》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행할 당시 만연했던 전염병보다 오히려 오늘날은 더 낙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이전의 전염병은 자연이 문제를 일으키고 자연이 퍼트렸다면, 오늘날 문제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은 인간이 만들어 냈기에 원하기만 한다면 그 위험물질의 상당수를 없애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한다. 좀 더 편하고 손쉬운 생활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둘째 화학물질의 제조와 판매를 경제와 산업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암의 발병 소지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무섭고 두려운 책이다. 나는 생명의 대척점을 마주해야만 하는 순간마다 가슴이 아리고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우리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으로 수많은 생명체가 죽어나가야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살았던 20세기,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해충박멸이라는 미명하에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하늘에서 땅에서 각 가정에서 살포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었다. 그것은 더 많은 곡식을 얻고, 더 편안하고, 더 부유하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 주위에도 방사능 물질과 화학 살충제는 널려 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오염물질, 오염된 물, 식품에 남아 있는 농약, 약품과 화장품, 목재용 방부제, 페인트와 착색제, 이것들은 각기 다른 가면을 쓰고 우리 환경 속으로 들어와 암을 유발하는 화학약품들이다. 자연의 균형은 유동적이며 계속 변화하고 조정과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 일부분임에도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했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겼다. 레이첼 카슨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태도를 버리고 자연이 인간보다 특정 생물체의 수를 조절하는 훨씬 경제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캐나다 곤충학자 울리엣의 말을 빌려 충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화학 약품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먹는 빵과 쌀, 과일, 입는 옷, 화장품과 헤어제품들. 어쩌면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병들은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오염된 환경과 지구의 미래는 과학자들이 해결할 몫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한 세기를 먼저 살다 간 레이첼 카슨은 그래도 아직은 우리에게 기회는 있다며 희망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었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한걸음이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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