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과 학교 교육을 생각하다
학교도서관과 학교 교육을 생각하다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9.0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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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2년 전 진천여중 첫 출근날, 가장 먼저 메모 한 장을 도서실 출입문에 붙였다. 도서실을 찾는 누구나 문을 열 때마다 읽어 보기를 바랐다. “의학, 법률, 금융, 이런 것들은 모두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이 세상에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람들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감동을 준 키팅 교수의 말이다.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과 통하는 말이라 좋아한다. 학생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해 주고 싶은 답이다. 책 속에 낭만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두 들어 있다. 학교도서실 문을 여는 순간, 책을 마주하는 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의 양식을 채워 줄 것이라고 어서 오라는 환영 인사이다.

소설 `죽은 시인의 사회(N.H 클라인 바움/서교출판/2004년)'는 웰튼 아카데미 출신의 작가 톰 슐만이 각본을 맡은 피터 위어 감독의 동명 영화를 각색한 영화소설이다.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 못지않은 엄격한 권위주의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아이비리그 진학을 위해 웰튼 아카데미의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만 하던 학생들은 키팅 교수를 만나 꽉 막힌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유를 꿈꾸게 된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의 학생은 어떨까?

2019년의 청소년은 인터넷이라는 국경 없는 세상에서 빠른 변화의 속도에 재빨리 적응하며 그것을 즐기는 세대이다. 자유가 무엇인 줄 알며, 세상을 향해 도전하며 스스로 삶을 만들어가는 세대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만나는 대다수는 아직 웰튼 아카데미 학생 같다. 소설 속 닐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가지지 못하는 참담함을 절실히 느꼈다. 최근 열풍 속에 막을 내린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도 보았다. 근본은 바뀌지 않는 여전한 입시 경쟁 교육 속에 자유를 가장한 지나친 강요와 혹은 무관심에 학생들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응원해주고 기다려주고 도와줘야 한다. 입시와 더불어 지나치게 꿈과 진로를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삶의 속도는 서로 다르다. 다소 늦더라도 스스로 알아 갈 힘을 길러줘야 한다. 청소년들은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주어진 환경과 마주한 상황을 현명하게 차근차근 풀어나가 스스로 가장 원하는 것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여러분이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라 자신 있게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말과 행동, 스스로 내린 판단과 결정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라는 키팅 교수의 말을 되새겨본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학교 교육에 대해 생각했다. 사서교사로서 학교 교육에 학교도서관이 가지는 의미와 교육 관계자들이 가지는 시선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학교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달리 생활 독서를 위한 자료 제공이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다. 또 하나의 교실, 교수학습공간이다. 책을 보며 글의 힘과 무게를 이어가지 못하는 삽화가 아쉬웠다. 소설 읽기의 집중을 흐렸다. 학교 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은 이야기를 극대화 시켜주는 삽화와 같다. 교수학습공간으로 더는 아무나 운영을 맡아서는 안 된다. 지방 공무원 조직개편으로 학교도서관에 사서공무원이 파견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근본을 흐리는 선택은 위험하다.

겨울이 가고 있다. 꽃이 피듯 웅크린 몸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시, 낭만, 사랑, 아름다움을 찾아 도서실 문을 열고 들어올 학생과 교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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