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학부모
방학과 학부모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1.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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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지금까지는 12월 말부터 방학에 들어가서 2월 초에 며칠 등교하다가 졸업식과 종업식을 마치고 학기 말 방학에 들어갔었다. 그러다 보니 2월은 어영부영 넘어가 쓸모없는 자투리 시간처럼 흘려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1월에 대부분 학교가 졸업식을 하느라 분주하다. 2월 수업 일수를 1월 초까지 이어서 수업을 하고 바로 종업식과 졸업식을 마치게 된다. 그러면 새 학년 시작 전까지 약 1달 반 이상의 시간이 남게 된다. 학생들은 장기 계획을 세워 무엇을 배워도 좋고, 교사들은 새 학년 준비를 미리부터 할 수 있어 유용하다. 또한 학교는 수업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학에 공사하게 되는데, 교실이 장기간 비니 공사하기도 수월하여 여러모로 효율성이 있어 보인다.

학교가 방학을 하면 개학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학부모들이다. 평상시에는 자녀에게 아침밥만 먹이면 학교에 다녀오니 저녁 시간만 신경 써 주면 되지만, 방학하여 온종일 집에 있게 되면 먹거리부터 공부, 생활습관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챙겨야 하는 부모들은 바빠진다. 방학했으니 몸도 마음도 느슨해져 아침 늦도록 자려는 아이와 생활 리듬을 깨지 않고 유지해 방학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하려는 부모와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방학에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넘치는 방학 시간을 시간대별로 빡빡하게 짜놓고 시간표 속으로 몰아넣어 통제하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가 짜 준 시간표를 대놓고 싫다고도 못하고, 놀다 보니 잊어버렸다고 핑계를 대고 빼먹으며 둘러대기 일쑤였다. 그러면 반복되는 잔소리는 스님의 염불처럼 허공에 흩어지고 방학은 끝나버리며 나의 허탈감은 방학 때마다 반복됐다.

청소년 시절은 왜 그리 밤을 좋아하는지 낮엔 자고 밤이면 정신이 반짝 나서 나가 노는 아들 때문에 속 끓이는 부모가 비록 나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느긋하고 행복해하는 만큼 부모는 불안해지는 사회적 모순의 현실이 언제쯤 제 괘도에 올라서서 모두 함께 행복해할 수 있을까? 모두 함께 행복하자는 행복씨앗교육을 하면서도 학부모들은 불안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사실이다. 초등학교 교육은 입시보다는 꿈과 끼를 찾자는 교육인데 중학교만 올라가면 성적과 진로라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혀야 하니 학부모들의 고민 또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공익광고가 나올 무렵 아들에게 공부 좀 하라고 다그치면 “엄마는 부모야? 학부모야?”라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던 생각이 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갈등을 겪는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한 번쯤은 자문하여 보았을 것이다. 요즘 드라마 SKY캐슬이 화제작이다. 진정한 성공은 다른 아이들을 경쟁대상으로 보고 짓밟고 올라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능력껏 함께 잘 되어 두루 같이 잘 살 수 있을 때 진정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학부모들이 깨달아야 한다. 아프리카 말인 `우분투(Ubuntu)!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명언을 되새기며 나는 부모인지 학부모인지 오늘 또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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