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꼭 닫아야 할까
화장실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꼭 닫아야 할까
  •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 승인 2019.01.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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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것과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는 것이 어떻게 다를까? 뭐, 별 차이가 있겠어? 그게 그거지. 특히 공용 화장실에서 뚜껑을 만지려니 깨끗하지 않은 것 같은데 열린 채로 그냥 물을 내리고 나와도 되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작년부터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학교 화장실도 휴지통 없는 화장실로 탈바꿈했다.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진 휴지로 인한 각종 악취와 해충 발생으로 시민 위생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변기 뚜껑을 닫아야 하는지 열어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 이에 대한 몇 가지 과학적 근거를 언급해보자.

변기의 물을 내리면 물은 빙글빙글 돌다가 내려가는데 이로 인해 물 표면에 거품과 같은 포말이 생긴다. 이 포말은 물이 내려가는 동안 따로 떨어져 공기 중에 머물다가 퍼지게 된다. 너무 흐려서 눈에 안 보이지만 분사된 이 미세한 물방울은 아주 작아 중력에 끌려 내려오기보다는 주변 공기의 흐름을 따른다. 화장실 문을 여닫는 작용에도 이 미세한 물방울은 공기의 흐름을 따라 퍼지게 된다.

리즈대학 미생물학 임상 교수인 윌콕스의 연구에 따르면, 뚜껑을 열어두면 박테리아 구름이 공기 중으로 분출되어 인근 표면에 정착하게 된다고 하였다. 병원성 슈퍼버그 박테리아를 사용한 실험에서, 뚜껑이 열려 있을 때는 변기 시트 위 10인치까지 이동하며 90분 뒤에도 여전히 공기 중에서 이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뚜껑이 닫혔을 때는 어디에서도 이 박테리아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뚜껑이 열렸을 때는 변기 물탱크, 변기 의자의 오른쪽, 왼쪽 그리고 바닥에서도 발견하였다고 보고했다.

세균 박사인 아리조나대학 미생물학자 게바는 집의 세균 수를 연구했는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면 오염된 물 입자가 바닥에 가라앉기 전에 몇 시간 동안 떠다니기 때문에 칫솔에 붙게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뉴스 인 사이언스에서 칼 크루첼니키는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면 변기 물로 양치질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배설물에는 각종 세균이 섞여 있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마다 보통 6만에서 50만 개의 병원성 물방울들이 피어난다. 병원성 물방울이 바닥, 세면대, 칫솔, 벽 등 인근에 착지하여 물방울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보통 11일 정도 살아남는다. 같은 공간에 사는 가족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가진 병균에 이미 많이 면역이 되어 있다. 그러나 방문객, 낯선 이들의 대변 또는 구토물이 화장실에 잔류함에 따른 병원균 전파 위험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는 최소한의 위생적인 노력이 바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것이다. 하이힐이 발명된 배경은 중세시대 화장실이 없어 주변에 널려 있는 똥을 피하기 위함이었다고 전해진다. 수세식 변기는 위대한 인류의 발명품이지만 안전하게 이 발명품의 효과를 누리려면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 그리고 타인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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