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답게 살 권리 청구소송사건
닭답게 살 권리 청구소송사건
  •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 승인 2019.01.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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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배경은 독서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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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산란닭 천 마리가 도계장으로 가는 길에 도망을 친 것이다. 탈출도 모자라 농장주를 상대로 `닭답게 살 권리 청구소송'을 냈다. 닭은 사람도 아니면서 무슨 권리를 운운하느냐는 비난과 비판 속에 재판은 시작된다.

유례없는 재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다른 가축들도 방청석에 참석했다. 돼지는 `동물권에 대한 최초의 재판'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는 인터뷰를 했다. 이 재판에 `원고'는 탈출한 천 마리의 산란닭 중 한 마리이며 `피고'는 양계농장 주인이다.

원고 측 대리인 주장은 `원고인 산란닭들은 A4용지 반만 한 배터리 게이지에 갇혀 평생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알 낳는 기계로만 살다가 20개월 만에 도계장으로 끌려가 햄과 소시지가 된다. 더구나 태어나자마자 부리의 3분의 1 정도를 잘라 낸다. 또한,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열흘 이상 굶겨 털갈이를 시킨다. 결국 닭의 본성, 즉 땅을 파고 흙장난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어두운 곳에 숨어서 알을 낳는 습성은 무시한 채 사람의 먹거리 닭으로 사육당하다가 도계장으로 끌려간다. 이에 닭도 생명이 있는 동물로서 살아 있는 동안 충분한 권리를 누리고자 한다고 주장한다.

피고 측 주장을 들어보자. 달걀은 완전식품이다.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 양계농장의 목적은 달걀의 대량생산이며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싸움으로 폐사하는 닭도 만만찮게 많으며 닭들의 권리를 위해 농장주가 손해를 입을 수는 없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재판 자체가 황당했으니 결과도 조금 황당하다. 다른 참고인의 추가 진술과 증거물 확보, 전문가와 소비자의 의견수렴을 위해 판결은 보류되었다.

나는 닭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1인 1닭으로 먹어치우며 지인들은 치맥을 사랑한다. 어떤 지인은 치맥을 즐기며 `우린 닭의 스트레스를 먹고 있다'고까지 표현한다. 이 책이 내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사람의 존엄을 경시하는 작금의 풍조가 동물에게까지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는 각성에서였다. 얼마 전 유명한 유기견 보호센터 대표가 수용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몇천 톤의 유기견을 안락사시켰다는 기사로 많은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선진국에서는 `동물복지'개념을 도입해서 가축들의 타고 난 본성대로 살 최소한의 환경을 갖춰주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유럽연합에서는 2012년에 암탉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잡아먹되 덜 미안하게 먹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동물복지 축산농장'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많은 축산농가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린 개와 친구 하며 돼지는 먹고 소는 신는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동물의 사육과 도축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축이 살아가는 날만큼은 본성대로 살도록 배려하는 것이 존엄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동물 생명 사랑의 귀한 마음은 사람 사랑에도 확장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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