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시걸
조지시걸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9.01.1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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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출퇴근길 러시아워에 있는가? 저녁 식사를 위해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가?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가? 아니면 사랑이 끝난 후 침대 위에 앉아 있는가?

한 여인이 레스토랑 창가의 빈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다. 창문 밖에서는 한 남자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숙인 채 레스토랑 밖을 지나간다. 레스토랑을 완전히 지나치지는 않았지만, 레스토랑 안에 진열품처럼 앉아 있는 여인도 밖을 걷고 있는 남자도 서로를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정지된 시간 속에 얼어붙은 이 두 사람은 그저 자신의 하루 중의 일과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여인이 왜 홀로 앉아있는지,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침묵과 정적만이 맴돌며 마치 하얀 석고상이 연극무대 위에서 무언극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것은 조각가 조지시걸의 작품 <레스토랑 창문>을 설명한 것이다. 시걸은 판에 박힌 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한순간을 포착하여 극적이고 은밀한 심리적 장면을 연출한다. 그는 우주의 먼지처럼 도시의 한 귀퉁이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주제로 하여 도시환경과 물질문명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마치 에세이를 쓰듯이 공간 속에 그려나간다. 특히 1950년대에 만연해 있던 실존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아 인간의 실존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삶의 공간으로서의 재현을 통해 문명의 그늘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외로움이나 고독을 고요하고 잔잔하게 재현한다.

인체 실물 뜨기(life-Casting)는 조지시걸의 작품을 완성시켜주는 양식으로서 살아 숨 쉬는 인체로부터 직접 떠내어진 주조물은 도시문명의 단편을 드러내는 은유적 표현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하루 중의 시간과 우리 중 그 누구일 수도 있는 인물이 작가의 손에 의해 캐스팅되어 공간 속에 던져져 일회적 시간성을 강조하는 해프닝미학을 창출한다. 이러한 정지된 시각적 환경인 `동결된 해프닝(Frozen Happening)'에서 이야기의 완성은 관객의 몫이 되고, 우리는 일상의 오브제들이 앗상블라주된 환경 안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단면을 시각적으로 성찰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공간 안에서의 관람자는 연출된 조명과 구성물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작품의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함으로써 `참여자'에서 `연기자'로 그 기능이 확대되어 인간의 삶과 예술이 만나 소통하는 해프닝미학을 창출한다.

예술은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조지시걸은 과학과 물질문명의 범람 앞에 스스로 창조한 메커니즘의 도구로 전락해가는 현대인의 인간성 상실을 `인간과 문명'이라는 관계로 표상화 함으로써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인간 정신의 지평을 제시한다. 점차 비인간화되어가고 격변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혼돈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삶을 돌아보게 하는 그의 예술과 정신은 절제되고 검소하고 소란하지 않게 침묵으로 우리와 소통하려 한다.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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