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에 충실한 한해가 되기를(2)
본분에 충실한 한해가 되기를(2)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10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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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노영민 주중대사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그 사안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지역 언론의 큰 관심거리였다. 지역 언론들은 노영민 대사의 내정설을 보도하면서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충청북도를 비롯한 자치단체들도 지역현안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리 지역출신이 의전서열로는 17위지만 실질적인 권력서열로는 대통령 다음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축하보다 더 힘주어 부탁해야 할 일은 사심 없이 나라를 위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위해 헌신하라는 충고일 것이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한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것이 지역의 긍지일 텐데, 그런 충고는 없이 지역의 현안이나 해결하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지역이기주의다.

우리에겐 아직도 혈연과 지연, 학연에 의존하는 습성이 있다. 특히 지역의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지역현안사업 추진을 위해 중앙의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에서 비중 있는 자리에 올라 있는 지역인사 찾기에 주력한다. 지역의 기득권층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사업을 위해 또는 보신을 위해 권력기관의 지역출신 인사와 줄을 대려 혈안이다.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은 국가를 경영하는 자리다.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당연히 추진하겠지만 지연이나 학연, 혈연 등의 인연으로 어느 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다. 만일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국가의 이익보다 자신의 출신지를 위해 일한다면 그는 그런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다.

이런 문제들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분야가 언론이다. 그런데 지역 언론까지 나서서 그들의 동향보도에 앞장선다. 노영민 비서실장의 인맥까지 분석해서 보도하는 언론도 있다. 지역현안 해결에 청신호가 켜졌다고도 한다.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개각 때마다, 공공기관 인사 때마다 우리 지역 인사가 몇 명이라느니, 우리 지역이 홀대받았다느니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지역사회가 잘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정치, 지역의 기득권층을 감시하고 옳은 방향으로 견인해야 할 책임이 지역 언론에 있다. 그것이 지역 언론의 본분이고, 존재 이유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언론이 그런 본분을 수행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성향은 대체로 진보언론, 중도언론, 보수언론으로 구분하는데 스스로 표방하기도 하고 독자나 시·청취자가 붙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지역 언론의 성향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안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다. 일부 언론은 사주의 사업 등 사주와 연관된 일은 공공성을 해치든 지역발전을 저해하든 관계치 않는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받아쓰기저널리즘'이다. 지자체나 단체장들은 광고비나 지자체의 행사를 대행하는 예산을 미끼로 지역 언론을 자신의 정치홍보의 도구로 활용한다. 경영이 열악한 지역 언론으로써는 울며 겨자 먹는 격이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이 추진하는 사업이나 주장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비판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시민들에게 `받아쓰기저널리즘'이란 조롱까지 받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사업이나 개인의 보호막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역 언론을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주들의 문제나 광고비 등을 무기로 지역 언론을 홍보도구로 활용하려는 단체장들의 흑심은 지역 언론이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언론의 본분마저 잊는다면 존재 이유조차 사라지고 만다.

올해는 영화 `베테랑'에서 황정민이 했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를 되뇌며 쓰레기더미에서도 꽃을 피우는 그런 지역 언론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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