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에 충실한 한 해가 되기를
본분에 충실한 한 해가 되기를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1.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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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어김없이 2019년의 새날이 밝았다.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는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거스르지 않는다. 인간은 그 시간이라는 벨트 위에 올라 스스로 멈출 수도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삶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따라서 인간의 본분은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소멸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통치자의 권력에 대한 욕구가 전쟁과 내란을 일으키고, 부와 명예를 향한 개개인들의 끝없는 탐욕이 범죄와 사회분열을 일으킨다. 결국 이러한 욕망이 시간의 흐름 위에서 순탄하게 살다갈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당리당략과 권력투쟁으로 시끄럽고, 재벌과 경제계는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에 망할 것처럼 떠들어댄다. 거기에 중견기업과 전문직 종사자들, 그밖에도 소위 먹고살 만한 사람들조차 나서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주도해온 모든 세력들이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하락을 틈타 억눌렸던 목소리를 분출한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에는 자기희생이나 양보는 없다. 하청업체의 몰락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 골목상권의 붕괴, 영세 자영업자의 눈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 100리 안에 굶주리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 부자 댁 가훈(家訓)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언감생심이다. 본분을 거슬리는 욕망의 분출만이 횡행할 뿐이다.

나라가 바로서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희생과 봉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가 욕망을 자제하고 맡은 분야에서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하청업체와 중소기업을 보듬고, 대기업의 노동조합들은 비정규직들과 임금과 일자리를 나눌 줄 알아야한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자신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특히 도덕성과 공정성을 본질로 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중 한 분야가 NGO라 불리는 시민단체들이다. 시민운동은 엄혹한 시절의 재야운동을 거쳐 1987년 민주항쟁이후 등장한 자발적인 시민조직이다. 시민단체는 분야별로 전문화된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큰 뜻은 우리사회가 정의롭고 안전하고 깨끗하며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출범초기에는 시민들의 외면과 정권의 탄압에 시달렸던 시민단체들이 활동가와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는 회원 수도 많이 늘어났고, 거버넌스의 당당한 한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시민운동가들의 정치권 진입도 자연스러워졌다. 충북지역에서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의 활동가 몇몇이 청주시의회와 충북도의회에 들어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에 안주하는 기존 정치의 벽은 철옹성처럼 단단해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정치현장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기초의회까지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하는 현실에서는 자칫 시민운동 본래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고 지켜왔고 시민단체들이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곱씹어 봐야할 일이다.

각자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원칙이고 도리이며 이 나라를 지키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기본일 것이다.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노동자는 노동자답게, 시민운동가는 시민운동가답게 이렇게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본분을 다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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