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과 시작
끝과 시작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8.12.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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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2018년의 시간이 달리고 달려 마지막 날에 도착했다. 시간에 대한 느낌이 나이 숫자만큼의 속도로 다가온다더니 1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12월엔 24절기 중 동지가 있는 달이기도 하다. 동짓날은 밤이 가장 길고 해가 가장 짧은 날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밤이 짧아지기 시작하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첫날인 셈이다. 끝에 의미를 둘 것인지 시작에 의미를 둘 것인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다만 끝과 시작이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는 또 다른 시작과 끝을 반복하며 지금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무술년의 끝에 서서 지나간 1년을 돌이켜본다. 가장 감동을 주었던 일은 한반도의 평화를 기대하게 만든 남북정상회담이었다. 한민족끼리 둘로 나뉘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적대시하다가, 화해의 악수를 하고 서로의 경제발전과 평화를 도모하자는 정상들의 약속이 온 국민을 감격하게 했고, 서로 원수를 대던 북한과 미국도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게 해주었다.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억압을 받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미투(#Me-Too) 운동은 그동안 억눌렸던 여성들의 성적 피해가 곪을 대로 곪아서 고름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로 인하여 방탕하게 살았던 사회적 유명인사들이 죗값을 치르게 되었고, 학생 미투를 통하여 교사들까지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남존여비 사상의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치러진 일도 가슴 뿌듯한 일이다. 개막식에서 드론을 이용하여 하늘에 오륜기를 만들어 낸 일은 첨단 IT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5G 기술을 자랑하고 4차산업 시대를 열어가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세계적으로도 큰 자연재해가 잦았던 해였다. 미국 하와이섬에서는 화산 분화구가 무너지며 용암이 흐르고 마그마까지 분출되어 약 한 달가량 크고 작은 폭발과 유해가스로 주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9월과 12월 두 차례에 이어 대형 쓰나미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7월 그리스 수도 아테네 동부 휴양도시 마티를 휩쓴 최악의 산불로 100여 명이 사망했다.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발생한 산불은 89명의 인명 피해를 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여름 전 세계 국가 중 51%가 이례적인 고온 현상을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렸다. 일본에서는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만 138명에 달했다. 그동안 우리에게 터전이 되어 주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지구가 경종을 울리고 있다. 더는 자연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울고 웃었던 많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가정은 가정대로 세상은 세상대로 저마다 많은 일을 겪고 극복해 왔다. 그 변혁의 회오리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져야 하리라.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인들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여 나아가는 그 길이 결국 모두가 좋아지는 세상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길이라면 장애물쯤이야 얼마든지 걷어내고 당당히 가리라. 무술년의 끝에 기해년이 밝아온다. 황금 돼지의 해인 만큼 모든 이들의 만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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