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으셨습니까
정체성 찾으셨습니까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8.12.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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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당신은 올해 당신답게 살으셨습니까?”

2018년을 하루도 안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 질문이 먼저 생각나는 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마 대다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고 평가할 것이고, 극소수 정도가 노력은 했다고 답할지 모른다.

필자의 대답도 `나답게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답게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직장 상사 눈치 안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하고, 타인에게 피해 주면서까지 제 욕심 차리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것일 텐데, 특정짓기는 어렵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과정을 `인감'이란 작품을 통해 쉽게 풀어냈다.

`사인'이 난무하는 시대에 인감도장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인데, 핵심은 인감도장들 간의 `합체'로 `조화'를 찾는다는 데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정체성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이다.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그런데 45년 된 필자야 그렇다 쳐도 수천 년 역사를 가진 충주시가 조화는커녕, 정체성도 찾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충주시는 충주사과 홍보를 위해 지현동에 사과나무 유래비를 세운 뒤 각종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충주역사바로세우기시민모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지현동 사과나무 유래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라는걸 밝혀냈다.

이런 이유로 시민모임은 지현동 도시재생사업은 사과를 테마로 한 사업보다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디에도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내용이 없었고, 주민들도 이에 대해 한 번도 항의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 흔한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도 한 줄 없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관계자는 (시 답변은)본질은 생각지 않은 채 민원을 어떻게든 잠재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고, 심지어 시민들의 주장을 왜곡하고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까지 풍겨 매우 불쾌하다고 했다. 결국 시민모임측은 현수막과 1인 시위 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충주시의 이런 독단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불거졌다. 민간주도의 자율적 문화 부흥을 위해 조례를 바꾸면서까지 출범시킨 충주중원문화재단을 2년 만에 다시 예전 비상임 전무이사 체제로 만들기 위해 조례 재개정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담당부서는 중원문화재단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조직을 개편한다고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문화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코웃음'을 쳤다. 대표이사든 사무처장이든 자기들(공무원) 입맛대로 주무르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시장에 취임한 후 처음 한 일이 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그를 두고 이제 와서 정체성을 찾았다고 박수 쳐줄 이는 해당부서 공무원들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마지막 날, 나에게 던진 질문을 조길형 시장과 직원들에게 던져본다. 과연 시장과 공무원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올해 시민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까?.

조 시장의 열정과 일부 직원들의 노력이 그동안 충주시를 긍정적 방향으로 바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충주시 공무원사회의 전형적ㆍ고질적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새해에는 정체성도 찾고 조화도 이루는 충주시 공직사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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