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착각하는 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착각하는 뇌
  •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 승인 2018.12.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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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김태선 교감 충북과학고

 

학창시절 친구와 함께 기차여행을 했다. 의자 배치가 서로 마주 보고 앉도록 되어 있어 친구는 기차 진행방향으로 앉고 필자는 맞은편에 앉았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목가적인 풍경에 마음도 여유로웠다. 산기슭에 집 몇 채가 보이더니 귀여운 강아지가 겅중거리며 뛰어다녔다. 미소가 절로 그려지는데, 갑자기 친구가 툭 말했다. “와! 개고기다!”

뭐? 개고기? 어떻게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바로 개고기라고 할 수 있을까? 경악을 금치 못하며 창밖을 보는데, 잠시 후 기차 진행방향의 역방향으로 앉아있던 내게도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계곡이 보였다. 그러니까 그 당시 마주앉은 친구의 시선 끝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보인 것이다. 사실 친구는 “와! 계곡이다!”라고 말한 것이었다.

쓴웃음이 절로 나며, 눈에 보이는 것을 해석하는 우리의 의식에 따라 얼마나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는지 여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사자성어 중에 구반문촉이라는 말이 있다. 장님이 쟁반을 두드리고 초를 어루만져 본 것만을 가지고 말한다는 뜻으로, 남의 말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이렇다저렇다 논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학(大學)의 정심장(正心章)에는 `마음이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미국 일리노이대학 대니얼 사이먼스 교수와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가 실험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영상이 있다. 흰옷 입은 사람 3명과 검은 옷 입은 사람 3명이 둘러서서 공을 서로 던지는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 흰옷을 입은 팀이 공을 몇 번이나 주고받는지 영상을 다 본 후 알려달라고 한다. 영상을 보는 대부분 사람은 갑자기 검은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나타나 가로질러 지나가는데도 보지 못하였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흰 옷을 입은 사람과 공을 주고받는 횟수에 집중하느라 버젓이 대놓고 가로질러가는 고릴라를 발견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입구에 걸린 루벤스의 명화 `키몬과 페로'는 젊은 여자가 부끄럼도 없이 젖가슴을 내놓고, 거의 벌거벗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빨고 있는 그림이다.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으로 볼 수 있는 이 그림은 사실상 실화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국왕의 노여움을 사서 교수형 될 때까지 음식을 주지 못하게 하여 굶어 죽게 된 애국자 키몬에게 해산한지 얼마 안 된 딸 페로가 곧 돌아가실 것 같은 아버지를 보러 왔다가 애끓는 마음으로 불은 젖을 먹이는 장면이다. 네덜란드인들에게 이 명화는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다.

갑자기 사자성어에 대학까지 언급되어 이 글이 `과학이야기'가 맞는가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 어느덧 한 해가 거의 지나고 새해를 며칠 앞두고 있다. 선택적으로 특정한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우리 뇌의 인지능력과 정보처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새로운 한 해에는 진실을 모르고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남을 비판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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