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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2.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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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사진을 본다. 핸드폰 갤러리에 수백 장이 순서대로 저장되어, 화면으로 한 장씩 살펴보면서 그때를 떠올리어 되돌아본다. 예전 같으면 인화를 하여 앨범에 보관하였지만 현재는 핸드폰의 저장소에 나란히 정리돼 있어 언제라도 보고 싶은 장면을 찾아서 본다.

요즈음에 사진 촬영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를 않는다. 사진이 원하는 모습으로 잘 되었는가는 바로 확인된다. 눈을 감았는지, 위치를 잘 잡고 포즈는 좋았는지, 배경은 잘 잡았는지를 보고 결정을 한다.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이 좋아지고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보관하는데 별도의 물리적 공간이 없어도 되고 찾아보기도 용이하다.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여 꾸미고 싶은 모양으로 편집하여 보관하기도 한다.

오래된 앨범에 꽂혀 있는 사진을 본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찍은 사진은 흑백으로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와 군대시절에는 컬러 사진이다. 화질은 현재와 비교하였을 때 차이가 많이 나지만 당시로는 대단한 변화였다. 장년기에 사진은 긴 기간에 비하여 적은 숫자의 사진이 있다. 한창 사회 활동이 왕성하였던 시절이라 여유시간이 별로 없어 기록으로 남기는 사진 찍기가 소홀했었나 보다. 사진에는 그 시절의 생활하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마력이 있고 추억 속으로 여행을 유도한다.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 어려웠을 때와 즐거웠을 때의 생활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묘한 힘을 발휘하며 숨어 있던 기억에서 밖으로 꺼내어 동영상처럼 지나가게 한다.

삼십 년 전의 사진에 아기가 눈에 띈다. 아장아장 걸으며 재롱을 피우던 자식들의 모습이다. 아기가 간신이 뒤집을 때는 기어다니기를, 걸음마가 시작되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이 자람을 보면서 빨리 크기를 바라던 때의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지금은 그 시절이 그립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이지만 예전 모습을 그리며 그 속으로 한참을 떠돌게 한다.

몇 해 전에 제주도를 회갑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돌아보았다. 삼박사일의 짧은 기간이기에 전에 보았던 곳을 가능한 제외하고 새로 개발된 관광지를 중심으로 다녔다. 풍경이 좋은 곳, 바다가 보이는 장소. 제주도를 잘 나타내는 명소를 찾아 많은 기록을 사진으로 남겼다. 오래 두고 보고 싶어서 사진으로 인화하려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딸아이가 사흘 동안 찍은 사진을 날짜별로 구분하고 인터넷으로 제작을 의뢰하여 책자로 만들었다. 앨범과 같은 의미지만 만드는 방법부터가 다르다. 전문가의 빼어난 솜씨로 나의 세대는 생각지도 못한 기념 자료로 만들어졌다.

올해의 마무리를 사진을 살펴보면서 하였으면 좋겠다. 그 속에는 내가 자라온 환경이 보이고 활동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나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어 자연스레 그때가 비친다.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보듯 지나온 날들의 삶을 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꿈과 각오를 다지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년 말에 하루쯤은 사진을 보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 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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