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의미
말의 의미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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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휘늠(말)의 나라에서는 `거짓말', `허위적 표현', `의심하다', `믿지 않는다'같은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예 그런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를 서로 이해시키고, 사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누가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면, 말을 사용하는 목적이 좌절된다.'는 것이다.

말을 하는 진정한 목적이 사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는데, 우리의 말엔 거짓과 허위가 넘쳐난다. 특히 정치인들의 말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진실의 전달통로로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유권자를 솔깃하게 만드는 도구로 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도 상황이 정 불리하면 입을 닫는다.



#1 지난달 청주시가 개최한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재량사업비) 활용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한 시민단체의 청원으로 열리게 된 이 토론회에는 청주시의원 2명이 참석했다. 모두 옛 청원군지역 의원들이었다. 이들에게 재량사업비의 실재 여부를 묻자 한 사람은 `있다'고 대답하고, 한사람은 `없다'고 대답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러나 재량사업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을 따라온 시골의 이장들도 도시 사람들은 시골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시골에는 급하게 필요한 사업들이 많아 지역의원의 재량사업비가 꼭 필요하다고 거품을 물었다.

그런데 이들이 청구한 2019년도 소규모주민숙원사업비를 보면 시골지역은 다르다던 이 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아파트의 이런저런 보수작업에 이 예산을 배정해 놓았다. 심지어 입주자대표 회의실 리모델링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모든 아파트는 자체보수를 위해 입주자에게 수선충당금을 부과한다. 그런데 아파트 수선충당금으로 자체 해결해야 할 사업을 시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이다. 표를 얻기 위해 시민의 세금을 자신들의 아파트에 쏟아 붓고도 그들은 시민의 대변자임을 자처한다.



#2 독립언론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등의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의정활동예산감시'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에서 의정활동비를 이중 청구한 국회의원 26명의 명단과 이중 청구금액을 공개했는데, 그중에 우리 지역의 변재일 의원도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변재일 의원이 문자와 우편요금 영수증 2건을 선관위와 국회사무처에 이중 제출해 국회예산 955만원을 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이 보도된 지 한참 되었건만 변재일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4선 의원쯤 되면 이런 상황에서 국민과 지역구민 앞에 나와 솔직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정치인의 당연한 도리일 텐데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말이 없다. 시간이 지나 잊혀 지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이런 국회의원은 또 있다.



#3 역시 4선의 오제세 의원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른바 `박용진 3법'처리와 관련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두둔하는 행보로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 자신이 소속된 더불어 민주당에서는 거의 유일한 입장임에도 오 의원은 언론에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총련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후원 국회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소신이라는 주장이 머쓱해졌다. 오 의원은 또 이른바 `오제세법'철회를 요구하는 전국요양서비스노조의 저항을 받고 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장기요양기관의 비리를 보장하는 장기요양기관 비리보장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멀쩡한 사람도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말의 본질적인 목적을 잊고 마는 모양이다. 말을 그저 자신의 앞가림과 눈속임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런 정치풍토는 고쳐야 한다. `서로 이해시키고, 사실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말의 본질을 되살리는 것은 결국 정치인에게 속지 않는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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