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 유황과 유황 훈증 곶감
식이 유황과 유황 훈증 곶감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12.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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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내 고향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두메산골이다. 한참 걸어내려 가야 개울이 보일 정도로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오래전부터 감나무가 잘 자랐다. 기왕에 있는 감나무. 곶감농사나 해보자고 곶감 건조장을 지었다. 그런데 예전처럼 그냥 건조시켜 색이 검게 되는 곶감을 만들어야 할지 유황을 피워 불그스름하고 먹음직스러운 곶감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다. 유황오리, 유황마늘, 유황달걀들은 건강에 좋다고 난리인데 유황으로 훈제한 곶감은 어떨까? 유황이 무엇인가?

황은 원자번호 16번으로 원소기호 S로 표시되는 비금속원소로 유황이라고도 한다. 황은 모든 생물체에 필수적인 원소로 우리 몸엔 몸무게의 0.25% 정도 황이 포함돼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이 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황을 먹을 필요는 없다. 음식물 속에 다른 물질과 결합한 황을 섭취하면 충분하다. 유황오리는 독성이 있는 화합물 상태의 황을 오리(해독작용이 뛰어남)에 먹인 것이고, 유황달걀은 불순물을 제거한 독성이 거의 없는 황을 닭에게 먹여 생산하며, 유황마늘은 밭에 유황을 뿌려 마늘이 충분히 황 성분을 흡수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최근에 동식물에서 채취한 황(MSM)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러한 유황 식품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식이유황(MSM)인 것이다.

황은 자연에서 원소 상태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주로 여러 가지 다른 원자와 결합한 화합물로 발견된다. 이런 화합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만들어진 노란 순수한 황을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해왔다. 한의학에서는 여러 가지 약으로 사용해 왔으며, 예전부터 황을 태워 생긴 이산화황의 연기로 집안을 훈증소독하기도 했는데 곶감을 만들면서 훈증으로 하는 것도 같은 원리인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감의 떫은맛은 탄닌 성분 때문인데 감 껍질을 벗겨 말리면 공기 중의 유익한 균과 작용해 당화가 된다. 그리고 표면이 검게 되고 흰 가루(mannit, 枾雪, 枾霜)가 생긴다. 흰 가루는 주로 당분인데 폐나 기관지에 좋고, 입속 목에 생긴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유황 훈증 처리한 감은 몸에 이로운 균까지 살균돼 이 시설이 잘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훈증 처리하지 않은 검은 곶감이 더 달다. 그러면 왜 굳이 유황 훈증을 할까? 유황 훈증을 하면 이산화황의 살균작용으로 탄닌 성분의 변화를 막아 감이 깨끗하고 보기 좋은 선홍색의 곶감으로 마르는데 이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선호도와 날씨가 궂으면 생기는 곰팡이를 막을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유황 훈증하면서 생긴 이산화황은 산성비의 주범이다. 이산화황이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어 과일 1㎏당 1g이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외국처럼 더 낮게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몇 년 전 애써 만든 곶감 하나도 먹지 못하고 버렸던 아픈 생각에 아주 일부만 소량의 유황 훈증을 해 보았다. 맑은 날씨가 계속 되기를 바라면서.

`가을철에는 부지깽이도 날뛴다.'라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물러지는 감은 곶감을 만들 수 없기에 마음만 바쁘다. 기계 빌리려 하루 다른 사람 감부터 깎고 꼬박 하루 반나절을 매달렸다. 고사리 손도 필요한 시기에 사람 구경하기 어렵다. 할 수 없이 인력 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손을 빌리는 수밖에. 곶감 팔아 감 껍질 벗기는 기계부터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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