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8.12.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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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성화초 행정실장

 

소설도 지나고 겨울로 들어선 길목이다. 50m 앞도 안 보이는 자욱하게 낀 안개를 제치며 아침 일찍 제천으로 향하였다. 연일 이어지는 미세 먼지로 뿌연 세상이 익숙해져 안개 낀 아침이 그리 두렵지 않았다. 행복씨앗학교 행정지원과정 연수가 제천에서 이루어져 다녀온 것이다. 충북교육에 행복씨앗학교가 자리 잡은 지 올해로 4년 차다. 그동안 존재감 없이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만 하던 행정실 직원들에게 위로 겸 행복씨앗학교의 이해도 돕고, 공감과 협업을 불러일으키고자 자리를 마련한 것 같았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제천 간디학교이다. 간디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이며 6년제의 중고등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생태주의와 평화주의, 인권과 비폭력 교육을 지향하며 간디의 철학을 추구하는 학교였다. 민주주의 학생 자치를 통하여 학생들 스스로 규율을 정하고 벌칙을 만든다. 노작과 체험 위주의 수업을 통하여 생활력과 삶의 기초를 다지는데, 노작 활동으로 목공, 농사짓기, 옷 만들기, 요리하기 등을 배우며 자립심을 키운다. 1학년부터 5학년을 한 학급에 배정하여 서로 돕고 배우는 과정을 통하여 관계성을 배우고 형제·자매의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같았다. 이곳의 모든 과정은 잘하든 못하든 학생들 스스로 협업을 통해 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한 노력과 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성취하여 얻어낸다. 생태 화장실에서 교장 선생님도 예외 없이 누구나 연 1회 이상은 똥을 퍼야 하는 열악한 시설에서도 기꺼이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배우는 이곳 학생들은 세상에 나와도 두려울 것이 없을 듯하였다.

다음으로는 제천 덕산면 도전리 마을을 탐방했다. 이곳은 마을과 학교와 지역이 함께 엮는 마을 교육공동체이다. 주민 동아리 모임인 마실을 조직하여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집 돌봄 서비스나 작은 도서관도 운영하며 마을 어린이들의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여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기른다. 이 마을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농사를 주로 짓고 살았던 나의 유년 시절엔 이와 비슷한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농촌에 젊은이들이 사라지다 보니 대부분의 시골 마을은 적막강산이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일까? 좋은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돈을 많이 벌거나,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기관에 근무하며 남보다 위에 서는 것이 궁극 목적일까?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치열한 승진 경쟁에 하루하루를 숨 졸이며 사는 사람들의 행복지수와 농촌에 더불어 살며 비 오는 날 빈대떡 부쳐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사람의 행복지수는 누가 더 높을까?

교육은 자주적인 사고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자주적인 삶과 더불어 사는 삶은 교과서적 이론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제 삶에 부딪혀 스스로 좌절도 경험해 보고 실패를 통하여 깨달으며 하나씩 터득해야 제대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제천시 덕산면의 마을 교육공동체의 삶은 함께 행복한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잘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자리를 벗어나 행복씨앗교육의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니 나의 업무가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한 일에 동참하는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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