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보여지는가
나는 어떻게 보여지는가
  •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 승인 2018.11.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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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이수경 충청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이미지소통전략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보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더 좋은 모습, 더 나은 모습으로 호감을 얻기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잡보장경'에 나오는 글귀 중에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라는 문구가 있다. 만약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업신여김을 받느니 차라리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사람에게 있는 세 가지 욕구 중 공통분모가 인정받는 것인데, 그것은 업신여김과는 상반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안 좋은 일을 겪었다.

집을 짓는 일을, 관급공사를 하는, 청주시에 매장도 있는 사람에게 믿고 맡겼는데, 최선을 다해 줄 꺼라 믿었던 사람이 인건비며 자재비를 서로 믿고 공사하는 건데 어려우니 선지급 해달라고 해서 다 주었다. 좋은 마음에 대한 결론은 돈이 모자란다며 공사를 중지해, 공사가 마무리가 안 되고 집이 폐기물 매립장이 된 채 멈춰 버렸다.

더 말하면 무엇 할까. 이미 엎질러진 상황인데, 그렇다면 나는 그 업자에게 업신여김을 당한 것일까? 내가 사나웠으면 공사 맡기를 꺼려해서 감히 그런 짓을 못했을까?

이런 일을 겪는 바보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황당한 일을 당했음에도 자신을 탓하거나 하소연만 할 뿐 상대가 벌인 기만에 대해 희망과 믿음과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하지 못한다.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법에 호소해도 자신은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관련법을 잘 알고 이용하듯이, 우리를 지켜 줄 것이라 믿는 사법마저도 피해자인 나약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듯,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장에 막아서지 못하고 약자의 편이 아닌 듯 시간을 끌며 사람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

알 수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제일 무서운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란 믿고 싶지 않은 말도 있다.

그러나 작은 마음과 배려를 저 사람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냐? 하고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방어적 태도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세상은 정말 차갑게 계산적인 미궁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지금 나는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가? 당신이 아무리 영리하고 능력자인척해도 어느 순간 당신은 나 같은 사람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황당한 쓴웃음을 짓게 될는지도 모른다.

너무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진 말자. 모두에게 나쁜 사람이어도 내게는 좋은 사람이니까 나만이 누군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착각도 하지 말자. 그런 일은 나랑은 다른 그 사람이 죽을 때가 돼서 고쳐먹을 수 있는 마음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절망적인 불우한 사람들이 가진 희망의 불씨를 피우는 것이 아주 크게 행해야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삶에 대한 희망을. 사람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작은 불씨 하나 피워보고자 애쓰는데, 세상 참 어렵다.

내가 짊어진 짐을 남에게 떠맡기지 말자. 신은 내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을 주시는데, 힘없는 다른 사람에게 내짐까지 떠맡기면 버거운 나머지 쓰러져 다시는 못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적어도 누구든 그렇게 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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