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절기
이십사절기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1.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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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흘러가는 세월은 항상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변하지 않는듯하면서 알게 모르게 변화가 일어난다. 하루의 간격으로 보면 감각으로 느끼지 못하는데 보름 정도의 기간이면 표시가 난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주위 환경이 차곡차곡 쌓이는 세월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일 년을 이십사절기로 표시하였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보름 간격으로 절기를 표시하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농사와 관련하여 변하는 자연의 현상과 접목하도록 나누어져 과학적인 면이 깊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씨를 뿌리고 가꾸어서 수확하기까지 농작물이 요구하는 날씨와 연결되어 현재도 활용되고 있다.

절기에 따라 농사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속담이 많다. “입춘에 비가 내리면 오곡에 해를 끼친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오뉴월에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 처서에 비가 내리면 독 안에 곡식이 준다. 한로 상강에 겉보리 간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 수많은 내용이 농사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하였다.

절기는 무시하지 못한다. 올해는 기상이변이 많았다. 특히 여름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날씨로 특별한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기상 관측이래 최고로 더웠던 날씨 때문에 연일 매스컴의 주요뉴스로 등장했다. 가뭄과 더운 날이 끝을 모르고 달리어 나무와 풀들도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빨리 평년 기온이 되는 바람을 가지고 싸움이 계속되었다. 모든 생명체가 어려움을 견디며 근근이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때 14번째 절기인 처서가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날씨가 회복되어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더위가 물러갔다.

이십사절기가 중국 주나라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음력은 하루하루를 표시하는데 별문제가 없어도 태양이 움직이며 나타나는 기상의 변화를 반영하진 못했다. 그래서 천문학 지식을 동원하여 태양이 지구를 공전하면서 15도 돌 때마다 황하유역에 기후를 나타내는 용어를 하나씩 만들어 붙였단다. 절기가 음력을 쓸 때 만들어졌지만,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태어났기에 양력과 일치한다. 이십사절기는 입춘으로 시작하여 대한에서 끝난다. 우리가 느끼는 자연변화가 보름 간격이면 나타나게 된 이치가 신비롭기도 하다.

농촌에서는 절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변하는 생육 단계에 따라 날씨가 중요하다. 작물이 자라는데 항상 물은 요구하지만, 더 중요한 시기와 덜 필요로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농사 속담은 절기에 따라 어떠한 기상을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현재는 농사가 과학영농으로 발전하여 기상의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는 농업이 되었다. 비닐을 이용하여 자라는 시기를 조절하고 물 공급 시설을 자동화하여 수월한 농업으로 많이 변했다. 하지만 하늘의 영향을 받는 범주를 벗어나려면 그에 따른 고통을 주고, 더 많은 기술을 요구하며,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따라다닌다.

기원전의 천문학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준다. 대단한 학문의 힘이다. 절기와 농업, 절기와 기후 변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인 관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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