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처럼 거닐다가 바람처럼 자유롭게
영웅처럼 거닐다가 바람처럼 자유롭게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 승인 2018.11.22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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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어린아이처럼 노닐다가 먹이를 낚아채는 사자처럼 날카롭네…

반갑습니다. 무문관(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할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제가 상주하고 있는 산골 초암에는 늦가을 단풍이 햇살을 받아 더욱 투명하게 도량을 맑히고 있네요. 이 시간에는 무문관 제3칙 구지수지(具胝竪指)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俱和尙(구화상)이 凡有詰問(범유힐문)하면 唯擧一指(유거일지)러니 後有童子(후유동자)가 因(인) 外人問(외인문)하되 和尙說何法要(화상설하법요)오하니 童子亦竪指頭(동자역수지두)라.

구지선사께서는 누가 무엇을 물어보던 간에 오직 손가락만을 들어 보이셨습니다. 어느 날 외인(外人)이 와서 선사의 제자인 동자(童子)에게 “스승께서는 어떤 법을 중요시하여 설하시던가요?”라고 묻자 동자도 역시 스승과 같이 손가락을 들어 보였습니다.

胝聞하고 遂以刀斷其指하다 童子負通號哭而去어늘 胝復召之하니 童子廻首할새 胝却竪起指하니 童子忽然領悟니라.

후에 구지 선사께서 이 말을 듣고는 급기야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렸습니다. 이때 동자가 아파 통곡하며 달아나는데 구지 선사께서 동자를 부르셨습니다. 동자가 머리를 돌린 순간 구지 선사께서는 말없이 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셨는데 이에 동자가 곧바로 깨우치게 되었던 것입니다.

胝將順世하여 謂衆曰하되 吾得天龍一指頭禪하여 一生受用不盡이라하고 言訖示滅하다.

구지선사께서는 세상을 떠나려 할 때에 대중에게 “나는 천룡(天龍)의 한 손가락 끝 선(禪)을 배워 일평생을 쓰고도 남았느니라.”라고 이르시고는 열반하셨습니다.

무문관 제3칙을 보기 전에 구지선사가 깨달은 인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절강성 무주에 있는 금화산에는 구지금화(俱指金華)라는 스님이 살았습니다. 그의 속성(俗姓)은 분명치 않고 생몰연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천룡화상은 그 계보가 스승은 대매법상이고 그 윗대의 스승은 禪의 황금기를 누렸던 마조도일인데 이 마조도일의 스승은 남악회양입니다. 그래서 또한 이 남악회양의 스승은 육조 혜능이기에 그는 곧 육조스님의 맥을 이은 문하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 배경을 좀 더 살펴보자면 구지화상은 주로 당시에 ‘칠구지불모준제다라니경’에 의거한 다라니 수행을 주로 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매일 같이 염송하는 천수경에도 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이 등장하지요.

다음 시간에는 제3칙 구지수지에 대한 무문 선사 평창(評唱)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평창이란 본칙에 나오는 구지수지에 대해 무문선사의 견해로 강설하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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