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설상화
국화의 설상화
  • 최종석 교사 괴산 목도고
  • 승인 2018.11.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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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최종석 교사 괴산 목도고
최종석 교사 괴산 목도고

 

목도고 현관에 들어서면 국화가 만발해 있다. 행복교육지구 마을 학교 학생들이 1년 동안 가꾸어온 꽃이다. 노란 꽃이 점점 커지면서 그 자태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현관을 지나가다가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국화를 찍고 냄새를 맡아본다.

왜 찍을까? 무슨 냄새가 날까?

학생들은 아름답게 핀 꽃에 대한 감상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다. 4월의 튤립, 6~7월에 학교에서 꽃을 피운 글라디올러스가 학생들을 강력하게 이끌었다. 물론 우리나라 고유 식물에서 피는 꽃도 아름답다. 금강초롱의 매력에 빠진 학생은 카톡의 표지를 장식했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이 순해진다. 꽃은 사람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까?

꽃의 최종 목적은 수분하는 것이다. 수분하기 위해 수분자를 찾고 있다. 수분자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색깔, 냄새도 수분자에 맞춰져 있다. 수분자를 찾지 못하면 꽃은 존재할 수 없다. 꽃이 피지 않는 식물(은화식물)에서 꽃이 피는 식물로 진화해 왔다(현화식물). 수분자는 다양하다. 수분자의 대부분은 곤충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비나 벌이 전부가 아니다. 왜냐하면 봄과 가을에 날씨가 추워지면 나비와 벌이 활동할 수 없는데도 꽃은 핀다.

꽃의 분류에서 갖춘꽃과 안갖춘꽃이 있다. 꽃받침, 화관, 수술, 암술이 전부 있으면 갖춘꽃이다. 벚꽃, 복숭아꽃, 무궁화꽃, 민들레꽃, 개나리꽃이 여기에 속한다. 안갖춘꽃은 꽃의 네 가지 요소 중 한 가지 이상 갖추지 못한 꽃이다. 오이꽃, 벼꽃, 소나무꽃 등이 있다.

국화는 갖춘꽃인가? 안갖춘꽃인가?

전체를 보면 갖춘꽃이다. 그런데 암술과 수술이 있는 통상화(筒狀花)와 가장자리가 암술로만 된 설상화(舌狀花)가 핀다. 가장자리의 잎을 잘 뽑아보면 맨 끝 부분에 돌기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기하다. 한 꽃에서 암술과 수술이 다 있는 것과 암술만 있는 것이 같이 존재한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자가불화합성이란 자신의 암술에 같은 꽃에서 핀 수술의 화분이 발아를 방해하는 성질이다. 유전적으로 같아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만들어진 장치이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있다는 것과 암술과 수술이 다른 꽃에 있다는 것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른 꽃에 있으면 식물이 에너지가 절약될 수 있으나 수분자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있으면 수분자가 와서 수분과 함께 화분을 옮겨준다.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꽃을 다니기 때문에 자가불화합성만 잘 발달하여 있으면 다양한 자손을 얻을 수 있다.

설상화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암술만 있는 꽃이다. 온도 하강에 따른 새로운 준비를 한 것이다. 더욱 빠르게 화분을 얻어서 씨를 만들자는 전략이다. 가을에 피는 국화꽃은 치열하게 생존을 위한 진화에서 만들어 놓은 걸작품이다. `국화 옆에서'라는 서정주 시인의 시를 외우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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