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우리 영토를 다녀와서
옛 우리 영토를 다녀와서
  •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 승인 2018.11.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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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권진원 진천 광혜원성당 주임신부

 

며칠 전 중국 요녕성의 선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북쪽이라 그런지 제 동네보다 5~6도는 더 기온이 낮았습니다. 초겨울에 들어선 날씨 탓에 고뿔에 걸려서 열흘간 고생을 했습니다. 2박3일간의 출장이었는데 잠깐 반나절의 시간이 있어서 선양의 고궁과 그 주변 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장학량과 관련된 그의 집은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장학량은 장개석과 함께 국공합작의 주요인물인데 중국 본토에서 국민당 소속이었던 그는 역적일 수 있지만 그의 의리와 충직함은 중국인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의 유적을 국가문화재 등록하여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최고 미남이었다고 하는데 젊은 시절 사진을 보니 진짜로 멋쟁이였습니다. 그가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그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고 그의 삶이 우리 조선인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선양은 대대로 송나라와 청나라가 수도로 정하고 고궁을 지어 알려진 도시입니다.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우리나라에서는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으로 불림)이라 일컬어지는 둥베이지방의 가장 발달하고 최고로 인구가 많은 도시가 선양(한국에선 심양으로 불림)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영토가 이곳까지였음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중국의 청말 시기에 나라의 혼란을 틈타 각 성마다 왕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선양에서도 장학량의 아버지 장장림이 자신의 부를 이용하여 왕을 자처했습니다. 정부를 세우고 주유요직에 사람을 임명하여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결탁하여 남하하는 러시아의 세력을 막아냈습니다. 그 이후 일본은 장장림을 열차폭발로 죽여버립니다. 이 소식을 북경에서 군사교육을 받던 아들 장학량이 전해 듣고 고향 선양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숨기고 각료들과 작전을 세워 다시 정국을 안정시키고 아버지의 죽음에 분개하여 일본인을 처단하는데 앞장서며 대항일 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그래서 일본인을 때려잡는데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만주를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하던 우리 민족에게도 우호적이었으며 그들에게 독립자금을 대주는 조선족 사람들을 특별히 생각했음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서탑지역에서 한족과의 상권을 가지고 서로 다툼이 일어나자 장학량은 기꺼이 조선족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안전하게 장사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당시에 그들이 팔아서 수입을 얻었던 것이 개고기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가계들이 많이 남아있음을 보게 됩니다.

그곳 식당에서 만난 조선족들은 우리와는 억양은 조금 다르지만 대화를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늘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만행과 침탈로 나라를 빼앗긴 시기에도 이국땅에서 독립군을 돕던 사람들입니다.

더욱이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 중 충격적인 내용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주요 군인은 이 선양에 거주하던 주둔군들이었고 그쪽 부대의 위력이 강함을 견제하기 위해 그들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요량으로 중공군이 한국전에 참전했으며 그 선양의 부대원들 중 많은 이들이 조선족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 중국의 사람들은 왜 자기 민족들끼리 저리 싸우냐고 말들이 돌았다는 것입니다. 확인할 수 없었고 그냥 전해 들은 말이지만 사실이라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남과 북 한민족을 넘어서 해외의 동포까지 우리 민족 간의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강대국들의 장난에 우리 민족의 최대 역사적 비극으로 남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며칠 다녀오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조선족의 역사와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우리 민족의 비극에 관해서도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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