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10.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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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울긋불긋 온통 단풍으로 물든 산들을 만나게 된다. 가로수 길 위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나뭇잎 하나 톡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일엽지추(一葉知秋)가 실감 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온 산이 붉게 물든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만추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霜降)이 지나고 입동(立冬)이 목전이다. 가을과 함께 할 날도 열흘 남짓이다.

온 산의 푸르던 잎들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보다 더 곱고 예쁘게 물들며 행복한 가을을 보낼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까닭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서로를 물들이고 서로에게 물드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보다 더 곱고 예쁘게 서로를 물들이며, 보다 더 발전적으로 서로에게 물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근주자적(近朱者赤) 근묵자흑(近墨者黑)', 즉 붉은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게 물들고 검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물든다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은 이치를 안다면, 가을 산이 울긋불긋 곱게 물들 듯, 우리도 서로가 서로의 좋은 점을 본받으며 보다 멋지게 물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蓬生麻中(봉생마중) 不扶自直(불부자직)', 즉 꾸불꾸불 자라는 쑥도 삼밭에 나서 자라게 되면, 누군가 따로 부축하지 않아도 절로 곧게 자라는 것이 그 좋은 사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주변의 인연들 및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도 주변 인연 및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고사성어(故事成語)다. 공동묘지 근처에 사는 어린 맹자가 곡(哭)을 하며 노는 것을 본 맹모는 즉시 이사를 한다. 이사 간 곳이 시장 근처인 까닭에, 어린 맹자가 물건을 사고파는 흉내를 내면서 놀자, 맹자의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또다시 이사를 감으로써 맹자를 대유학자로 키워낸다.

깊어 가는 가을의 끝자락, 누구를 만나야 서로의 생각과 정을 나누며 단풍처럼 곱고 예쁘게 물들 수 있을까? 누구를 만나야만 쑥처럼 구불구불해진 마음이 삼처럼 곧게 펴질 수 있을까? 이번 주말 뜻이 통하고 배짱 맞는 지인들과 단풍 흐드러진 가을 산을 오르면서 자신의 내면도 고요히 관조하고,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정겨운 인연들과 함께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지고 어두워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고 맑히고 밝히는 주말 산행! 생각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힐링되지 않는가?

시월의 마지막 주말에 붉은 단풍으로 곱게 물든 가을 산을 오르며, 세상을 따듯하고 넉넉하게 품을 붉은 단심(丹心)을 키우기 전, 할 일이 하나 있다. “三人行(삼인행) 必有我師焉(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 즉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셋 중 착한 사람의 좋은 점을 좇아 본받고, 착하지 않은 사람의 잘못된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한편 그 잘못을 바로 잡으라”는 공자님의 말씀을 되새겨 봄으로써, 주말 등산에 앞서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워밍업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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