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화초
잡초와 화초
  • 임도순 수필가
  • 승인 2018.10.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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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임도순 수필가
임도순 수필가

 

들이나 산에서 자라는 풀을 야생초(잡초)라고 한다.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지거나 뿌리에 의해 번식하며 자라나는 식물을 의미한다. 손길이 닿지 않지만, 그대로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들녘에 사람의 손길로 가꾸어지는지 스스로 자리 매김 했는지에 따라 우리는 잡초와 화초로 구분한다.

가을에 피는 꽃이 많다. 들이나 산에서 자라는 풀을 바라보면 다양한 세계를 경험한다. 한 포기의 풀이 많은 관심을 두고 보면 숨겨진 부분을 발견하고, 가꾸어 주면 예상외로 감동을 준다. 같은 꽃이라도 바라보는 눈길에 따라 속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 보여주거나, 지나치게 한다. 손길이 닿으면서 야생화가 작품이 되고 누구나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도 한다.

산야에 핀 꽃을 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짧지만 그 속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나태주 시인의“들꽃”이다.“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연스럽게 피어 있는 들꽃을 볼 때에는 어떤 자세가 되어야 하는지를 의미한다. 꽃으로 느껴지지 않는 꽃에서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꽃까지 다양하여, 바라볼 때 요구되는 지식과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

잡초의 의미는 쓸모가 없는 풀이다. 상대가 되는 화초는 쓰일만한 가치가 있는 풀을 일컫는다. 쓸모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주관적이어서 누구나 똑같은 결과로 결정짓지는 않는다.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생각과 마음에 따라 확연히 다른 결과가 된다. 잡초와 화초는 따로 존재하지 않고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그 위치가 결정지어진다.

야생화가 인기가 높다. 꽃의 아름다운 부분을 보지 못할 때는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보거나 관심을 기울여 주면 작품으로 변신한다. 지역별로 야생화에 마음을 주는 동우회가 결성되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그 범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작품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서로 없는 부분을 채우기도 하며 자리 매김하고 있다. 풀은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주는지 본체만체 지나쳐 버리는지에 따라 보이는 부분이 완연히 다르다.

잡초는 필요하지 않은 존재다. 농사에서 작물이 자라는 봄에서부터 늦가을까지 문제는 잡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작물과 잡초는 자라는 조건이나 환경이 거의 같아 경쟁할 수밖에 없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어 결과물이 줄어들거나 경제적 가치를 감소시키는 역할 때문이다. 논밭의 작물을 가꾸면서 재배하는 작목 외의 것은 통틀어 잡초이기에, 함께 있으면 아무리 예쁜 꽃도 새싹부터 없어져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농업은 작물을 재배해서 수익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다. 잡초로 버림받은 식물을 재배하여 경제적인 만족을 느낀다면 소득 작물로 자리매김하는 데 문제는 없다. 소비자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든 흥미를 불러일으키거나 매력을 느끼게 하면 된다. 지금은 잡초의 신세를 화초로 변신시키는 틈새 농업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농가도 많아졌다.

잡초나 화초는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꼭 맞지는 않는다. 어떤 조건이 주워지는지에 따라 결과는 변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태어나도 어울리는 상대가 매우 중요하다. 서로의 만남과 주변 환경에 따라 잡초와 화초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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