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종교의 참 성직자
참 종교의 참 성직자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10.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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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종교란 초인간적(超人間的) 초자연적(超自然的)인 힘에 대해 인간이 경외하고 존중하며 신앙하는 일의 총체적 체계(體系)라는 것이 일반적 정의다.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가 종교에 대한 사전적 해석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적합하고 필요한 종교는, 초인간적이니 초자연적이니 절대자니 하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걷어낸, 보다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종교다. 그 같은 종교의 핵심은 종교(宗敎)라는 말 자체에 잘 함축돼 있다. 종(宗)은 근원, 근본, 으뜸을 의미하는 글자다. 교(敎)는 가르치고 본받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따라서 종교란 인생의 근원, 근본, 으뜸이 되는 영구불변의 진리를 가르치고 본받는 일의 총체적 체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의 근본이 되고 으뜸이 되는 영구불변의 진리, 즉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예수님 등 인류의 등불이 돼 주셨던 성인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한 뒤, 일반인들에게 널리 진리를 전하는 사명을 띤 자가 바로 승려 및 목사 등의 성직자(聖職者)다. 이 때문에 기독교에서는 성직자를 양떼를 몰고 가는 `목자'라고 비유하며, 진리에 눈을 뜬 올곧은 성직자가 아닌 사이비 성직자가 신도들을 이끄는 것을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것이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종교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MBC PD수첩이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려 `큰스님께 묻습니다'를 통해 조계종 제 35대 설정 총무원장의 숨겨진 처와 자식, 학력 위조, 사유재산 소유 등 세 가지 의혹 및 현응 조계종 교육원장의 성추행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그 후 조계종 중앙종회가 8월 16일 설정 총무원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가결했고, 조계종 원로회의가 8월 22일 중앙종회의 불신임안을 인준함으로써 설정 총무원장은 취임 10개월 만에 해임됨으로써,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MBC PD수첩은 지난 9일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 편을 통해 10만여 신도로부터 연간 400억 원의 헌금을 받는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 목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도 방영했다. 김삼환 목사가 자신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했다는 의혹, 교회 재정을 담당한 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으로 밝혀진 800억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PD수첩은 명성교회 내 부동산을 관리하는 `부동산 목사'가 있고, 명성교회 명의로 전국에 공지지가 16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이 56건이나 있으며, 김 삼환 목사 개인 명의로 시가 40억 원을 호가하는 별장이 있다고 밝혔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은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초호화판 대형 사찰과 교회에서 호의호식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자를, 부처님이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전하는 성스런 직분의 성직자라고 볼 수는 없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자비심과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며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큰 사랑이 불교와 기독교를 지탱하며 존재케 하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승려와 목사가 부처님이나 예수님처럼 무조건 걸식을 하고 궁핍한 삶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부처님과 예수님께서 몸소 보여주신 동체대비 및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생각하는 정신만은 살아 있어야 참 종교의 참 성직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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