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프레온 가스의 악순환
찜통더위, 프레온 가스의 악순환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9.2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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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가마솥 찜통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여름. 평년에 삼사일 정도만 켜던 에어컨을 끼고 지내던 여름도 가고 가을이 왔다. 참 고마운 문명의 산물이다. 문명의 발달 덕분에 시골 농가에서도 여러 가지 농작물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저장고가 농가마다 설치되고 있다. 특별한 농사를 많이 짓는 것은 아니지만 곶감 농사를 해 볼까 하고 저온저장고를 신청했다. 정부에서 비용의 반 정도를 보조해준다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냉동고는 더운 여름에 어떻게 온도를 영하 몇 십도까지 내릴 수 있을까?

더운 여름 마당에 물을 뿌리면 좀 시원해진다. 물이 주변의 열을 빼앗아 수증기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액체가 기체로 변하기 위해 얻어야 하는 열을 기화열이라고 하는데 냉동과 냉장의 기본 원리는 이 기화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마당에 뿌리는 물처럼 냉동과 냉장에 사용되는 액체를 냉매라고 하며 낮은 온도에서 기화하는 물질이어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1세대 자연 냉매로 암모니아가스를 사용했으나 암모니아의 유독성 때문에 미국의 뒤퐁사가 개발한 프레온 가스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2세대 냉매인 이 프레온가스가 문제였다. 프레온가스가 대기로 방출되면서 프레온가스 성분을 이루는 염소 성분이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염소원자 1개가 10만개 이상의 오존 분자를 파괴한다고 하니 세계적으로 방출된 프레온 가스 덕에 남극의 오존층이 파괴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오존층의 파괴로 지구 온난화는 가속되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1995년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프레온 가스의 사용을 금지했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냉매로 개발한 물질이 수소염화탄소(HCFC)였다. 이 물질이 3세대 냉매인 프레온가스(CFC)와 수소불화탄소(HFC)의 중간물질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많이 쓰고 있는 R-22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물질도 염소를 포함하고 있어 코펜하겐 수정안에서는 2030년까지 수소불화탄소(HCFC)를 모두 폐기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도국에서는 2040년에 완전히 폐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 염소를 포함하지 않는 냉매로 개발된 것이 `신 냉매'라고 불리는 HFC-404a라는 물질이다. 이 4세대 냉매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나마 오존층을 파괴하는 염소를 포함하지 않는 조금은 친환경적인 물질이다. 이 HFC-404a라는 냉매도 1995년 교토의정서에 6대 지구온난화 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는 환경파괴물질이다. 이에 차세대 냉매를 찾기 위해 각국에서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간의 쾌적한 생활, 신선한 먹거리 저장을 이유로 오늘도 냉동, 냉장시설은 돌아가고 프레온 가스는 계속 배출된다. 배출된 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고 그 덕에 지구는 더 더워지고 더워지면 인간은 또다시 더 시원한 에어컨을 찾게 되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당장의 이익에 눈멀어 환경을 파괴하고 무더위를 원망하고 있는 속물이 인간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 중 하나. 기왕에 설치하는 저온저장고, 2040년, 22년 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 환경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주는 것으로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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