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선물
한가위 선물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9.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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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추석을 앞두고 모처럼 가슴 뭉클한 일들이 많았다. 지난 일요일, 우리 집 마당 잔디밭에는 따뜻한 숨결이 넘쳐흘렀다. 양육 미혼모들을 돕기 위한 `참 브라더스'의 콘서트에 200여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찾아 주었다. 아마 아마추어 남성중창단인 `참 브라더스'의 노래만 듣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 왔을 리 없을 것이다. 사회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미혼모들을 돕자는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외받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그것도 어느 한 독지가의 통 큰 마음 씀씀이 아니라 작은 손길들이 모여서 이뤄낸 성과라면 더욱 값지다. 추석명절 밑에 벌어진 일이기에 훈훈한 마음이 더하다. 지금까지 받은 추석선물의 감동을 다 합한다 해도 이보다는 못할 것이다.

이런 감동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더 큰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바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이다. 회담이 열리는 동안 TV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장면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충격적인 장면인데도 꾸밈이나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항에서 남북정상의 포옹, 평양시민들의 가두 영접, 집단체조가 열린 능라경기장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 대중식당에서 평양시민들과의 만남 등 하나하나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기에 눈을 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19일에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문'은 드디어 남북이 하나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남과 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려는 구체적인 계획과 개성공단 재가동 같은 경제협력, 이산가족을 위한 인도적인 협력을 비롯해 핵무기와 핵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을 만들자는 선언이 담겨 있다. 사실상의 한반도내 종전선언이며 통일을 향한 첫 발걸음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백두산 천지 앞에서 남북의 정상이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시원이며 민족정신의 상징이다. 이곳에서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것은 70년간 대립해온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5천년을 이어온 한 민족의 원형을 회복하는 첫 발자국을 내딛는 선언이며 다짐이다.

15년 전 평양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삼지연 공항에서 내려 백두산에 올랐었다. 침엽수림을 지나자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고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백두 역에서 정상까지 깔려있는 레일을 걸어 올라가 마침내 보았던 눈 덮인 천지의 장엄한 모습은 나의 능력으로는 어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그때 이후 백두산은 나의 신앙이 되었다. 중국 땅에서 오르는 백두산이 아니라 북한 땅에서 오르는 백두산을 다시 밟아 보기를 열망해왔었다. 이제 그 길이 한 걸음 다가왔으니 이처럼 큰 선물이 없을 것 같다.

올해의 추석은 이미 풍요롭다. 개인적으론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를 통해 따뜻한 마음들을 얻었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민족의 염원을 풀어갈 큰 선물을 받았으니 더 없이 풍요로운 한가위다. 앞으로의 날들이 오늘만 같기를, 이 선물들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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