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9.19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오 탁 번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찔을 까고 있다

# 추석 즈음이면 산밤도 여물기 시작합니다. 투두득 떨어지는 밤알 소리는 깊어지는 가을의 예고이기도 합니다. 붉게 익은 밤을 주워보면 단단한 겉과 달리 속이 벌레를 먹거나 쭉정이만 있는 것도 있습니다. 같은 환경 조건이지만 성장해온 시간의 무늬는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밤 한 알에서도 그 안에 깃든 시간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내 생의 무게는 몇 그램이나 될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