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결실을 원한다면
소중한 결실을 원한다면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9.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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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참 농사 잘 지었네! “우리 농사도 잘 지었다고 자부했는데 자네 농사지어 놓은 것 보니 비교할 수가 없네그려! 도대체 농사를 어떻게 지은 것이여?”하고 물으십니다. 잘한 것을 보면 바로 그 방법을 묻고 알고 있는 분은 전혀 비밀이 아니란 듯 이렇게 저렇게 했다고 일러주며 살아오신 분들이 바로 우리 동네 어른들의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좋은 방법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쁘게 배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아는 것이 있으면 모르는 사람에게 잘 가르쳐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자란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청년으로 성장한 후에야 안 일이지만 배우려면 학비를 내야 하고 가르쳐 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더라고요.

요즘도 내가 어려서 보고 배운 사회가 잘못되었을까 지금의 이 사회가 잘못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사회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삽니다. 돈만 되면 양심도 저버리고 예의 염치를 생각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가까운 인연들마저 쉽게 속이고 버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돈에 붙잡혀 사는 사람 즉 돈을 신봉하며 사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데 이들을 어떻게 해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이 있어 편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돈은 우리가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이지 돈이 사람을 부려 쓰는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사람이 돈을 사람 부리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사람 스스로 사람의 권위를 포기하고 결국은 돈에 붙잡혀 사는 삶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돈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사람이 돈보다 먼저라는 생각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돈은 사람이 삶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하나의 물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사람을 경시하지 않고 존중하며 사람을 우선으로 판단할 것입니다.

이미 돈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을 돈으로부터 해방하도록 하는 일은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돈이 없어도 사는 사회라고 서로 주고받는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고마움이 가득하면 어떻게든 그에 따른 답례를 하려고 우리 집에 새로운 것이 있으면 나누고 그도 저도 없으면 그 집에 힘든 일이 생길 때 몸으로 돕고 마음으로 도와가며 살았습니다.

돈이 없이 살던 사람들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남으로 여기지 않고 같은 구성원으로 생사를 같이한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도와주며 지켜주고 잘되도록 성장시켜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따라서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돈이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후에 돈은 삶을 살아가는데 부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람을 소중하게 알고 사는 사람들은 결실을 사람에게서 거둘 것이요 돈을 소중하게 아는 사람들의 결실은 결국 돈으로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붙잡았던 돈줄을 놓는 순간 그 사람은 허망함이 가득할 것이요 사람을 잡고 사는 사람들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어 놓아도 놓는 것이 아닌 인연 줄이 연결되어 어딜 가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행복한 삶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유난히 무덥던 여름을 이겨내고 맞이한 이 가을에 우리의 이웃들을 돌아보며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은 도와주고 삶이 고달픈 이웃들에게는 위로를 주는 여유를 가져봅시다.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생이 결국은 가장 아름다운 결실의 삶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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