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숲으로의 산책
직지 숲으로의 산책
  •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 승인 2018.07.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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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알 고주알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안승현 청주시문화재단 비엔날레팀장

 

연일 갱신되는 온도와 복사열로 달궈진 도시, 도시의 매미소리는 숲의 매미소리보다 소리의 상대적 세기가 높고, 자동차의 열기에 도로는 녹을 듯, 솟아오를 듯하다. 폭염특보에 시원한 계곡이 있는 숲이 그립다. 계곡에 탁족을 못하더라도 바위에 앉아 나무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싶다.

숲에는 나무가 있다. 다양한 수종의 관목과 하늘을 받치는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는 곧게 뻗은 교목들이 있다. 그리고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의 밑은 다양한 초본류들이 자리하고 있다. 새들은 연일 날아들고 곤충들이 사랑을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가 바로 숲이다.

숲에서 그냥 걷는 경우가 드물다. 숲에 들어간 순간 새, 풀벌레 소리를 몸으로 듣게 되고, 나뭇잎 사이의 빛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의 모든 것이 자연과 일치되는 순간인 것이다. 굳이 공유하고 공감하지 않아도 하나가 되는 것이다. 숲은 모든 것을 품어 하나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오는 10월 1일, 청주에 커다란 숲이 만들어진다.

독일에서 활동하며 환경을 주제로 설치작품을 하는 한석현 작가의 인공나무인 “다시, 나무 프로젝트:연리지”가 광장의 중심에 선다. 버려지는 폐목이나 갖가지 재활용 가구를 활용한 작품이다. 작품에는 가을꽃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을 식재한다. 그리고 숲의 요정들이 나타난 듯한 분위기를 광섬유다발을 통해 꽃을 표현한다. 나무에서 만들어진 나무가 활용되고 버려지는 나무를 이용해 다시 나무로 재탄생시키는 `Reverse, Rebirth Project'를 선보이는 것이다. 역사 이전부터 한 마을의 수호수 처럼 만들어진 나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나무처럼 펼쳐지며 숲이 만들어진다.

직지의 숲을 통해 숲의 향기를, 시간의 숲을 통해 기억을 거닐며, 힐링의 숲에서 마음을 치유하며, 예술의 숲에서 숲과 감각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직지를 통해 만나는 문화의 숲이다.

이 숲에서는 오랜 연륜의 품격을 먼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직지가 갖는 국제적 위상을 담은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국제행사로서 구성되고, 직지를 통해 꿈꾸는 상상의 나래를 매주 금요일, 토요일, 가을밤의 라이브 콘서트, 감성충만 콘서트로 펼쳐보이며, 21일 내내 미디어를 통해 연출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지의 숲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힐링체험존이 조성된다.

`힐링산업체험 시리즈 100', 직지의 마음을 힐링, 활판, 산림체험 등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100여 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진 숲에서 시간으로 몸으로 마음껏 숲을 누볐다면 직지가 간행되었던 1377년 고려 저잣거리 숲도 거니러 보면 어떨까? 산책도중 배고픔을 달래 줄 채움의 숲에서.

숲은 많은 것이 가득 찬 공간이기에, 많은 것이 상생하는 만물의 정원이다. 숲에서는 많은 것이 어울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새 생명이 잉태되는 생명의 보고, 서로 조화 속에 스스로 회복하는 치유의 보고, 스스로를 되짚어보는 기억의 보고이다.

직지란 위대한 가치의 유산을 축제로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이견이 많은 작업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것임 또한 안다. 그래서 자연스레 내용을 중심으로 체험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공감하는 방향을 택했다.

기존의 전시중심의 보는 행사에서 체험하고 동화되는, 직지숲의 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지'를 알게 된 것을 느낄 것이다. 직지 숲으로 여러분을 정중히 초대하며, 함께 공유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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