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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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7.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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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월드컵이 머릿속에서 잊혀 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4강이나 결승에 진출했다면 좀 더 오래 기억됐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 우승팀에게 주는 트로피 이름이 월드컵이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인이면 누구나 가져 보고 싶어 하는 컵임과 동시에 이 컵이 전 세계인들을 하나로 만나게 하고 울게도 웃게도 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세계의 많은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밤잠을 설치면서 응원을 보냈습니다. 어느 팀이 지고 이기거나 잘하고 못하는 모습에서 같은 감정으로 공감하고 아쉬워했으며 때론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같이 분노하고 비디오 판독으로 제대로 판정이 이루어질 때는 함께 수긍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 속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세계인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월드컵에서만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도 공유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나에게 힘이 없어도 이것은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끼리 서로 뭉쳐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함께 사용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도로나 공기, 물, 심지어는 시간, 공간 더 나아가 머릿속의 지식이나 감정까지 말입니다. 같이 사용하니 편리해져서 옛날부터 그랬던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과거에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내 것으로 이전등기 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허공이나 지구를 이전등기 하겠습니까?

과거에는 내 땅을 같이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니라고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현재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점유한 땅은 공유공간입니다. 고층 아파트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도 같이 사용합니다. 우리가 가는 목적지는 달라도 같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것들은 많아질 것입니다. 좋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 서로 같이 사용하면서 함께 즐기게 될 것입니다.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돈이 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혼자만 쓰려고 만들었던 것들을 이제는 서로 나누어 쓰고 함께 쓰려는 문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함께 쓰는 도로 곁에 상점이 먼저 자리 잡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사람이 많이 오가야 가게가 잘 되듯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길이 된다는 것을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멀지 않은 장래에 함께 사는 우리가 모든 것을 함께 사용하는 가운데 서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내 것을 고집해 나누기를 좋아하거나 서로를 단절시키는 주장은 점점 공허해질 것입니다.

함께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될수록 서로 지켜야 할 법도가 요구됩니다. 내가 사용할 때는 뒤에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지금 내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을 내 것처럼 아끼고 소중히 사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것들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나만 소유하는 물건 일지라도 내가 필요 없어 내놓았을 때 그 물건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물건은 결국 다 같이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해 사용하고 소유하고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날씨가 더워 살기 힘든 요즘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야 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계절을 보내며 진정으로 내가 소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소유해야 좋을지 성찰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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