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 고인돌·옥천 안터 고인돌
옛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 고인돌·옥천 안터 고인돌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18.07.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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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민족을 지배하기 위하여 유적, 유물뿐만 아니라 풍속, 문화, 경제, 종교, 생활, 자연, 체질유형 등 우리 국토와 민족에 관련된 모든 것을 철저히 조사하여 사진자료를 남기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3만 8천 여장의 유리원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자료는 촬영 당시의 현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신뢰성 있는 객관적인 사료로서의 생명력을 지닌다. 그래서 이들 사진자료는 오늘날 여러 분야의 학문연구 및 문화복원의 자료적 가치로서 중요성이 인정되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 시련의 역사 자취이기도 하다. 이 중에 충북지역 관련자료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충북의 선사유적 조사는 1916년 일본 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가 촬영한 충주읍 밖 고인돌로 기록된 사진 1장이 처음이다. 이후 1921~1922년에 사와 šœ이치(澤俊一),타나카 쥬조우(田中十藏), 오하라 도시타케(大原利武) 등이 충주시, 음성군, 괴산군, 보은군, 제천시, 옥천군, 영동군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200여 장의 사진자료를 남기었다. 그 중 선사유적은 충주시(1기), 옥천군(2기), 영동군(1기)에서 조사된 4기의 고인돌 모습이 사진원판으로 남아 있다. 1922년 오하라 도시타케가 촬영한 옥천 안터 고인돌이 그 중 하나이다.

금강변에 반달모양으로 펼쳐진 들판 한가운데에 축조된 옥천 안터 고인돌은 대청댐 건설로 물에 잠기게 됨에 따라 1977년 12월에 발굴하였다. 대학 1학년 때로 거센 강바람이 몰아치는 12월 10일, 고고학 발굴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선사고고학과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이 고인돌은 판석 형태의 고임돌 위에 커다란 덮개돌을 얹은 탁자식이다. 덮개돌의 윗면 높이는 해발 72.7m 내외로 거의 완전한 수평을 이루고 있으며, 무덤방(145×75cm)을 이루는 고임돌은 6.1톤 무게의 덮개돌을 떠받치고 수천 년 동안 곧게 서 있다. 무덤축조에 거대한 덮개돌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구조원리와 수평과 수직의 이치를 터득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선사시대 옛 사람들의 완벽한 토목 건축기술의 결과물로서 그 속에 담긴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과 과학적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고인돌 무덤방의 안팎에 껴 묻은 유물은 가락바퀴, 숫돌, 눈독, 그물추, 빗살무늬토기,×자 새긴 돌, 얼굴모양 예술품 등 일상생활용품들이 출토되었다. 특히 얼굴모양 예술품은 편암자갈돌의 편편한 면에 쪼으기 수법으로 두 눈을 가늘게 표현하고, 입을 둥글게 만든 것으로 여성의 특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껴묻거리의 특성으로 볼 때 안터 고인돌에 묻힌 사람은 여성으로 해석된다. 또한 무덤방에서 빗살무늬토기가 출토되어 신석기시대 늦은 시기에 고인돌이 축조된 것으로 가늠된다.

고고학 유적에서 집자리와 같은 생활유적은 삶의 세계를 반영하고, 고인돌과 같은 무덤유적은 사후세계를 반영한다. 특히 고인돌은 큰돌을 이용하여 만든 무덤으로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입지선정과 터 고르기, 거대한 덮개돌의 채석기술과 운반에 따른 협동심, 과학적 지혜를 모은 무덤축조, 의도적으로 제작한 유물의 부장풍습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및 신앙적 측면이 결합된 위대한 축조물이다. 죽음에 대해 두려움과 경외심을 갖고 있던 선사시대 옛 사람들의 사후세계를 잘 반영하여 만든 영원한 안식처로 고인돌을 축조하였다.

옥천 안터 고인돌은 선돌과 함께 충청북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발굴 후 2번의 위치를 이동하여 지금은 안터 마을 입구에 본래 모습대로 복원되어 있다. 수천 년 역사의 전통성을 이어 안터마을 사람들의 영원한 지킴이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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