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쟁
아름다운 경쟁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6.2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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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쥐도 먹을 것이 부족했던지 집에 들어와 사람들 곡식을 훔쳐 먹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훔쳐먹다 길을 잘못 든 쥐가 방으로 들어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어머니는 쥐를 잡자며 우리를 깨우셨습니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쥐도 도망갈 길을 두고 몰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려고 달려든다.”라고 하셨습니다.

조상은 쥐에게도 살길을 열어주라 하셨는데 하물며 비슷한 영역에서 일하는 동료끼리 경쟁하면서 사람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상대방과 힘을 합해 일해도 잘 될까 말까인데 상대방을 죽음의 길로 몰고 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지도자의 자격이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경쟁은 있습니다. 경쟁 상대는 먼 곳에 있는 외국 축구 선수일 수도 있지만 아주 가까이 사는 형제나 친구 또는 같은 학급의 급우나 나아가 같이 다니는 회사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경쟁이란 싸워서 이기기 위해 상대방을 죽음으로 몰고 가거나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닙니다. 서로 잘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경쟁은 하는 사람도 힘이 나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이 나며 때로는 신이 나서 흥겨워지는 것입니다. 경쟁은 오늘 졌어도 내일 다시 해보는 것이며 승패가 있기는 하지만 경쟁을 통해 서로가 발전을 가져오기에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경쟁할 상대방을 찾게 됩니다.

경쟁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은 내가 가진 힘과 기술, 능력을 상대방의 것과 비교해 배울 점을 찾고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기에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발휘해 보는 것이 경쟁 참가자의 덕목이 됩니다.

경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경쟁을 방해하지 않고 서로의 발전을 가져오며 흥미를 진작시키는 규칙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쟁을 시작하기 전에 경쟁의 규칙을 서로 대조하는 작업이 선행됩니다.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하는 경쟁일수록 규칙은 더 엄정하고 철저하며 그 경쟁에 참여한 선수가 그 규칙을 무시하면 다시는 그 경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합니다.

대상자 범위가 넓어질수록 경쟁 참여자들은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쟁에 임하는 지혜도 다양할 뿐 아니라 그 경쟁을 지켜보는 관객의 흥미도 고조됩니다. 경쟁에 패한 참가자들도 그 경쟁에서 선보인 기술들을 배워서 갈고 닦는다면 다음 경쟁에서 또 승자가 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쟁은 없습니다. 하나만 남고 다 죽이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전쟁입니다. 이겨도 져도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며 축제의 장에 참여해 축배를 드는 것이 경쟁이며 경쟁자의 모습입니다.

지금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표팀을 꾸려 참가하는 자격을 얻어 당당히 참여하고 있지만 전 국민이 승리의 감격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도 잘하고 있지요. 그런데 자기 때문에 졌다고 자책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그 선수 때문에 졌다고 살해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려 잠 못 드는 선수도 있다고 합니다.

경쟁은 경쟁입니다. 비록 이번에 좋은 성적을 못 냈어도 다음에 더 잘할 것이고 자기가 못하면 다음 후배들에게라도 가르쳐 줄 것이니 격려하고 위로하며 축배를 들어 찬사를 보내줍시다.

우리네 인생도 경쟁의 장이니 서로 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지언정 한 번의 실패를 인생의 실패처럼 여기거나 다시는 경쟁이 없을 것처럼 생각하지 맙시다. 모든 경쟁에서 늘 스스로 힘과 능력과 기술을 보충하는 계기로 삼을지언정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맙시다. 그것이 나나 상대방에게 살길을 열어두고 나아가는 아름다운 경쟁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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