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야구중계를 보며
한화이글스 야구중계를 보며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21 2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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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프로야구 3연전이 청주야구장에서 열렸다. 1, 2위를 놓고 그날그날의 승패에 따라 순위를 뒤바꿔가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내용이 3일 내내 청주야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가뜩이나 뜨거운 청주시민들의 야구 열기를 자극한 것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이다. 개막 초기만 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한화 이글스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청주 3연전의 입장권은 인터넷 예매가 시작 된 지 단 몇 분만에 마감됐다. 그리고 시합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며 매표소에 줄을 섰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야구팬이 허다했다.

청주시민들의 야구 열기가 이렇게 높은데 청주구장에선 프로야구가 1년에 단 7경기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한화 이글스가 연고지를 충청지역으로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야구장 여건으로 보면 프로야구 경기를 개최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내야의 인조 잔디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하시키고 부상 우려도 크다. 또 외야길이가 짧아서 홈런 양산을 막기 위해 펜스의 높이를 높였는데 중계화면에 비치는 외야펜스는 급조된 간이 울타리처럼 보여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경기장의 부대시설도 형편없어 선수들이 기피하는 구장이라니 입맛이 씁쓸하다. 청주의 야구팬을 위해 이런 야구장에서 7번이라도 경기를 해주는 한화 이글스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2018년 프로야구 개막 초기 만해도 한화 이글스는 최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도맡아놓고 최하위권에서 맴돌았으니 그럴만하다. 거기에다가 올해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투자도 하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인 선수 영입이나 FA 선수를 영입하는 데 큰 손 노릇을 해왔던 한화 이글스가 감독 교체 이후 자체 선수 육성과 팀 재건에 주력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고 있다. 4월 이후 슬금슬금 승수를 쌓아가더니 어느덧 2위 자리에 오르며 쉽게 무너지지 않을 태세다. 하물며 지금의 한화 이글스 전력은 최상이 아니다. 주력선수 몇몇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데도 이런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넘기고 후반기에 체력을 비축한 주력선수들이 복귀하게 되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넘보는 팀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화 이글스가 이렇게 변화한 원인은 감독이다. 감독 한 사람 바꿨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한용덕 감독은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기본기를 다지며 선수들을 키워나갔다. 강압적인 훈련보다 자율을 강조했고, 권위적인 리더십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승패보다 팀의 내일과 선수의 장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자율은 자발을 유도했고, 내려놓은 권위는 신뢰를 키웠다. 그 위에서 동료애가 싹텄고, 한화 이글스는 원 팀이 되었다. 이것이 지금 한화 이글스를 만들어가는 동력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체장 한 사람의 생각이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의 단체장들이 한용덕 감독의 리더십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과시적이고 허황된 정책들을 내려놓고 지자체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개발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1등 경제' 같은 과시적이고 허황된 정책보다는 주민이 오래도록 행복해 할 일과 지자체의 먼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한 정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혹시 아는가, 그런 정책들을 진정성 있게 펼쳐나가다 보면 한용덕 감독처럼 덤으로 좋은 성적도 낼 수 있을지. 야구 중계를 보며 해 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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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아 2018-06-22 10:47:09
잘읽고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