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공덕
말 한마디의 공덕
  •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8.06.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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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백인혁 원불교 충북교구장

 

어린 시절 누군가 사주는 국수 한 그릇이 고마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들녘을 지나노라면 이곳저곳에서 새참을 같이 먹자고 부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농주를 나눠 마시기도 하고 감자를 삶아 나누어 먹는 등 음식을 함께 먹었습니다. 새참이라 해도 풍족하게 준비되지는 않았지만 한 입씩이라도 나누어 먹어야 하는 것이 의무인양 들녘에서는 서로를 불러 음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옛날에는 누가 외국여행 다녀왔다고 선물을 사다주면 고마워서 대접한다고 점심을 사주고 나도 언제 외국여행 가서 선물 한 번 사다 주어볼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외국여행 갔다 왔다고 선물을 사다주면 반갑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친구가 사다주니 마지못해 받기도 합니다.

어느 날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정토에게서 자신은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장모님이 이 사람 저 사람 신상파악을 해서 들려준다는 투정 섞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누구는 어떻게 아프고 누구는 어디서 왔고 누구는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이 싫다는 말이었습니다.

사실 누가 내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기만 해도 얼마나 좋겠어요. 속마음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고 싶어도 모두가 자기 일이 바빠 남의 사정은 외면하고 사는 세상에서 우리 장모님은 가서 물어봐 주고 들어주는 한편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래 얼마나 힘드세요. 힘내세요.'등의 말을 해 주었을 것입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듯한 사람들과 그러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위로받고 위로해주며 사시는 우리 장모님은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을 실감합니다. 두루두루 좌우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을 물어주고 들어주며 소통하고 어우러져 사는 것이 인생인 것을 자기 것만 주장하고 고집한다면 늘 마음은 외롭고 자기의 고통이 가장 큰 것처럼 괴로워하며 스스로 지옥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기 좋은 세상을 원한다면 들어줍시다. 듣기 위해 물어보고 그 사정을 들어줍시다. 들어주기만 해도 상대방의 마음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말해줍시다. 지금껏 살아오느라 수고했다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다고 그러면서 살짝 손을 잡아준다면 상대방은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눈물 나게 고마울 것입니다. 가진 것 없고 보잘것없는 나이지만 나로 인해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당신이 내 옆에 있어 주어 고맙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줄 때 상대방을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감사하다고 하니 멋쩍지만 그래도 마음속에서는 “아니 당신이 있어서 내가 더 고맙고 감사하지!”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번질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말하는 자신도 기쁨이 충만해지고 행복한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이제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 때가 잦습니다. 힘이 들면 누군가의 응원 한마디가 위로 되고 힘이 되며 행복을 불러다 줍니다. “잘한다! 최고야! 멋지고 아름다워! 너의 미소가 맘에 들어!” 등등 짧은 한마디나 응원의 문자 한 줄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올여름도 무척 덥겠지요. 여름이 더울 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더위에 지친 나그네에게 냉수 한 그릇이 참으로 고맙듯이 인생길 지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지치고 힘이 들 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것 잊지 맙시다. “수고했어요. 당신은 정말 장한 사람이야 그 험한 길을 이렇게 당당히 헤쳐오다니 엄지 척 받을 만해요.”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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