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좋아하시는지 아세요?
뭘 좋아하시는지 아세요?
  •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8.05.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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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김성일 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우리 집에는 아들이 셋이나 됩니다. 고등학생인 두 아들 밑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가 있지요. 막내딸을 기대하며 얻은 딸 같은 아들입니다. 찬양집회가 있어 준비하고 있는 때였습니다. 막내가 오더니 제게 묻습니다. “아빠 요즘 제가 유튜브로 즐겨 듣는 찬양이 뭔지 아세요?”

“아니 모르는데?”

“요즘 너무너무 이 찬양이 좋아서 매일 듣고 있어요”

“어 대단한데 아들이 유튜브로 찬양을 듣는다니 그래 도대체 어떤 찬양인데 우리 막내가 그리 좋아할까?”

“응~ 이 찬양이야~~!” 하며 유튜브에 나온 동영상 찬양을 제게 보여줍니다.

유튜브에는 어느 집회에서 찬양팀이 찬양하는 은혜로운 찬송가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이면~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 이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초등학생이 좋아하기엔 어른스러운 찬송가라 혹시나 해서 물었습니다. “우리 막내가 사는 게 참 힘들었던 모양이네~~ 혹시 학교에서 힘든 일 있니?” 하고 물었더니 천진난만 씨익 웃으면서 대답합니다. “아니요~ 왜요~?” “어 아니~ 그냥~”

엉뚱한 모습이려니 하고 가볍게 웃어넘겨 버렸습니다.

며칠이 지나 막내가 흥얼거리며 또 열심히 찬양을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가만히 들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불행이나 요행함도 내 뜻대로 못해요~”

에구구 혹시나 막내에게 문제가 있나 싶다가도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면 엉뚱한 거겠지 하고 찬양집회 때 막내의 조숙함을 성도들에게 이야기해서 한참을 웃고 더 은혜롭게 찬양을 부를 수 있었습니다. 집회가 끝난 다음 날 저녁에 아내가 충격적인 말을 해 줍니다. 막내가 화가 나서 삐쳐 있는 것 같아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제가 찬양집회 시간에 자기 이야기를 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집회에 많은 성도 때문에 은혜를 나누기 위해서 그런거니까 속상해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그게 아니라 자기가 왜 그 찬양을 좋아하고 불렀는지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고 말하더랍니다.

그래서 아내가 물었더니 막내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대답을 했노라며 제게 말해줍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찬양이야.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그 찬양 불렀던 건데…”

작년과 올해 사이 두 분 모두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언제나 껌딱지처럼 붙어 지내던 막내가 두 분이 보고 싶어 할아버지가 좋아하셔서 늘 부르던 `내 모든 시험~' 찬송을 그리고 할머니가 좋아하셨던 `내일 일은 난 몰라요~'를 불렀던 것인데 이유도 모르고 엉뚱함으로 여겼으니 두 분이 좋아하시던 찬양, 보고 싶어 부르고 또 부르는 막내의 이야기는 저를 너무나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못해 드린 일들만 생각나 가슴이 저며 올 때가 잦은데 정작 두 분이 뭘 좋아했는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불효자는 웁니다.

가정의 달에 막내 때문에 후회와 더불어 지금 섬기는 어른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 하나, 뭘 좋아하시는지 알아야겠습니다. 하나님도 뭘 좋아하시는지를 알아야겠습니다.

“나는 인애를 원하고 제사를 원하지 아니하며 번제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원하노라”(호 6:6)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6)

부모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협박하며 묻지 마시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하여 자연스레 알고 섬기는 귀한 가정의 달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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