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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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옥<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8.04.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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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얼마 전 우리 도서관이 지원하는 독서프로그램 참관으로 교도소에 다녀왔다.

몇 년 전 교도소와 MOU 체결 이후 두 번째 방문이지만 여전히 긴장된다. 다행히 수업에 참여한 재소자들의 표정이 밝다. 돌아 나오는 길. 우수 재소자 가족 초청 행사가 진행 중이다. 애써 외면하려는데 오십대 후반의 어른과 장애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부인을 위해 준비했을 검정 봉지들의 묵직함이 안쓰럽다. 교도소 담당직원에게 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재소자의 범죄 항목에 사기죄가 가장 많다는 직원의 말이 온종일 맴돌았다.

법학을 공부하는 딸아이가 책을 추천했다.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라는 부제의 `검사내전(김웅 저·부키)'이다. 스스로 `자신은 조직에 맞지 않는 타입'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재 인천지검 공안부장이다.

책의 내용은 검사로서 접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건 사고를 다룬다. 특히 첫 장에서 소개한 `사기 공화국 풍경'은 마치 TV에 나왔던 사랑과 전쟁처럼 막장 드라마가 펼쳐진다. 사기의 첫 번째 공식은 피해자의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한다. 4억 원으로 100억 원의 건물을 매입해 주겠다는 말에 사기당한 목사.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연예계 스타가 꿈인 수민씨는 모델 에이전시를 찾아가 대출 담보를 맡기면서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청년의 입에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말하는 건 참 서글프다. 노름에 빠진 엄마를 대신해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딸이 검찰 조서를 받는 엄마를 볼 때 어떤 느낌일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다루면서 청소년 폭력의 원인은 사회가 아니라 부모가 아이를 잘못 양육한 탓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범죄의 일반적 원인인 `자아통제 부족'은 방임 및 방치, 과잉보호가 문제다.

교도소를 나오면서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의실은 도서관보다 쾌적했다. 재소자들의 재범률이 44%이며, 인권을 외치는 재소자들로 힘들다는 말도 한다.

인권 의식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의 모든 것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인데….

저자는 피해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돌린다. 우리에게 제발 범죄 피해를 당하지 말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사기꾼도 많지만 김 검사처럼 정의로운 사람도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로운 개인이 많아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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