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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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청주능인정사 주지>
  • 승인 2018.03.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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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법원

순간순간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참된 삶이고 참된 회향입니다. 정치와 사회가 급변하고 하루에도 이런저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납니다. 최선을 다 한다고 하지만 지나고 보면 부진했던 것 같고 5분 전, 아니 1분 전으로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하고, 아쉬워하고 후회스러움이 간절합니다.

옛날 중국에 공부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고먹을 수 있을까 하는 궁리만 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화살처럼 빠른 시간은 쾌락을 탐닉하는 자에게는 더 빠르게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삶의 마무리를 해야 할 즈음에 이르러 하루는 낮잠을 자는데 꿈에서 저승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순간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살아온 모습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방탕하고 욕심 많은 지난 모습뿐, 이대로 저승에 가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세세생생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 뻔했습니다. 그리하여 저승사자에게 애원하였습니다.

“그동안 인과법을 믿지 않고 방탕하여 허송으로 세월만 보냈습니다. 이대로 저승에 가면 당연히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되겠지만 그것은 두렵지 않으나 제대로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그러므로 일주일만 말미를 주시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히 빌다가 문득 깨어나 보니 일장춘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꿈을 깨고 나서도 저승사자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여 단순한 꿈으로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꿈속에서처럼 과거를 돌이켜보니 나태하고 게으르며 놀기에만 정신이 팔려 왔던 것입니다. 순간 너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깊은 참회와 후회의 순간이 지나자 새로운 결심이 서게 되었습니다. 비록 꿈속이었지만 저승사자의 허락으로 자신의 삶이 일주일 연장되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공부다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도 자지 않고 열심히 용맹정진하였습니다. 주위에서 스님이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렸지만 개의치 않고 화두에 매달렸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되는 새벽에 삼매에 들어 온갖 상대적인 차별의 경지가 끊어지면서 깨달음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그때 멀리 저승사자가 스님을 찾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승사자는 바로 앞에 있는 스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스님은 이미 상대적인 차별의 세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제아무리 저승사자라도 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회향의 일차적인 의미로써 “어떤 일을 잘 마무리 한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중생의 삶이라는 것이 대게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으로 점철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뉘우쳐도 시간은 일분, 일 초도 돌릴 수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뉘우침의 순간만이 실존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후회의 순간 다음에는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지는 결심이 있어야겠습니다. 그게 참된 회향입니다.

저도 3월11일 2차 천일기도를 회향하고 며칠 되돌아보는 자자의 시간을 가지며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1차 천일기도 3년, 제방 선원 정진 3년, 2차 천일기도 3년, 이렇게 10년을 출가 수행자의 본분으로 살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문중의 노스님께서 “중은 게으르면 끝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뼛속 깊이 새기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수행정진을 쉬지 않고 할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도 부끄러운 졸필을 봐주신 애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은 참된 수행자가 되어서 다시 뵙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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