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이 마을 현도의 오박사 마을과 지선정에서
어진이 마을 현도의 오박사 마을과 지선정에서
  • 김명철<청주 현도중 교장>
  • 승인 2018.03.1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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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역시기행
▲ 김명철

현도면에서 세종 부강으로 가는 샛길을 가다 보면 오박사 마을이 나온다. 보성 오씨 집성촌인 이곳에서 여러 명의 박사가 배출되었다 해서 `오박사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래 이곳의 오씨들은 고려시대 거란족의 침입을 막아 보성군에 봉해진 오현필 장군을 시조로 하고 있다. 특히 6세손인 오사충은 조선 개국 공신으로 판사평부사를 지낸 자랑스러운 인물인데, 이후에도 이곳 현도에서는 훌륭한 인물들이 계속해서 배출되어 현도를 제2의 관향으로 달계 오씨 또는 현도 오씨로 불리기도 한다.

오박사 마을은 현재 20여 가구에 50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훌륭한 선조의 유지를 받들어 330여 년 간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와 이웃 간에 남다른 정을 나누며 이러한 좋은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오박사 마을'표지판을 세우고 아름다운 마을, 살기 좋은 마을로 가꾸어 가고 있다. 특히 오박사마을에서는 전국 최초로 농촌체험교육을 위한 명예의 전당으로 자연학교를 개원하여 도시의 유소년들에게 살아있는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5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료하였다고 한다.

오박사 마을을 지나면 시동리 마을이 나온다. 길옆에 지선정이란 안내 푯말이 쓸쓸하게 서 있다. 남쪽으로 작은 터널 속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 길을 따라 작은 동산을 넘으면 금강변에 비교적 너른 들이 시야를 밝힌다. 고속철도가 요란하게 소리를 지르며 내 달리는 길 바로 옆에 비닐하우스 너머로 멀리 신탄진 아파트들이 보이는 이곳이 비단결 고운 금강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중척리 강정마을이다.

`어진이 마을 현도'의 대표적인 유적이 독야청청하듯 금강을 내려다보며 쓸쓸하게 서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11호로 지정된 지선정(止善亭)이다. 청주지선정은 오명립이 1614년에 세운 정자인데, 단순히 양반 문객들이 글 자랑을 하던 곳이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을 교육하는 서당의 역할도 했던 곳이므로 더욱 의미가 있다. 지선정 바로 동쪽 건너편에는 오명립의 사당인 `강고사(江皐祠)'가 있다.

선생의 자는 현백이고, 호를 지선이라고 했다. 지선(止善)이라고 하면 `다만 악한 일을 하지 아니하는 정도의 선'이라는 불교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균관 생원으로 태학에 들어가 학문을 연구하다가 광해군의 폐모론이 대두 되자 이것을 반대하고 벼슬을 버리고 내려왔다. 이곳에서 정자를 짓고 경서를 강론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빈민들을 구휼하는 등의 선행을 많이 하여 칭송이 자자하였다 한다. 이 지선정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으로 안에는 유학자 우암 송시열의 친필 목판이 걸려 있어 보성 오씨의 당색이 노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도(賢都)를 한자로 풀이하면 `어진이의 도읍지'라는 뜻이다. 서로 돕고 정을 나누는 어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살기 좋은 동네라는 뜻도 된다. `흙은 정직하여 흙과 함께 산다.'라는 마을의 정신을 계승하여 소통하고, 나누고, 배려하고, 베풀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정겹고 어진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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